젊은층서 500% 증가…HIV 감염 '비상'인 '이 나라'

필리핀에서 올해 들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부가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필리핀 보건부는 현지시간 3일 성명을 내고 올해 1~4월 HIV 신규 감염 건수가 6,703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평균 56건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한 것이다.

일 평균 신규 HIV 감염 건수는 2014년 21건에서 지난해 48건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올해는 그 증가가 가팔라졌다.

테오도로 허보사 보건부 장관은 필리핀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HIV 감염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가 아니라 HIV의 확산"이라면서 "HIV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문제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에서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3월~2023년 7월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적이 있다.

허보사 장관은 "우려되는 점은 HIV 신규 감염자 중 상당수가 젊은이라는 것"이라면서 "15∼25세의 HIV 감염 건수가 약 500% 증가했다"고 말했다.

HIV가 퍼지는 주요 경로는 성적 접촉이며, 특히 최근 사례의 83%가 남성 간 성교와 관련이 있다고 보건부는 설명했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HIV 감염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발병으로 올해 1분기에만 145명이 사망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