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테마 중 하나가 원자력발전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뉴스케일파워, 캐나다 카메코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4일에는 미국에서 총 21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컨스털레이션에너지가 주목받았다. 빅테크인 메타플랫폼이 이 회사 전력을 20년간 구매하기로 계약한 덕분이다. 컨스털레이션은 무탄소 원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메타는 이를 장기간 저가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윈윈 사례로 꼽힌다.미국에선 원전 붐이 거세다.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에 나선 빅테크들 때문이다. 주로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가 목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은 일찌감치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美 빅테크, 줄줄이 원전 장기 계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적극적이다.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지금의 네 배인 400GW로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원전 300기를 더 건설해야 하는 규모다. 소형모듈원전(SMR)으로 따지면 최소 1만 개를 새로 지어야 한다.원전이 각광받는 건 사활을 건 미래 산업 경쟁의 성패가 전력에 달렸다는 인식에서다. 데이터센터뿐만이 아니다. 전기차,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도 대규모 전력이 필수다.
20년 넘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독일이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독일은 2000년 태양광·풍력 확대를 골자로 한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했다. 2023년 4월 원전 3기 스위치를 끄며 탈원전 국가로 진입했다. 문제는 대안 부재다. 부족한 에너지를 전부 수입에 의존했다.
독일의 에너지 수입량은 매년 급증세다. 작년에만 총 31TWh를 순수입했다. 전체 가구의 21.6%인 886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독일이 탈원전을 추구한 데는 원전 기술 강국인 프랑스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었는데, 작년에만 프랑스에서 12.9TWh의 전력을 수입한 건 아이러니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65%를 원전으로 발전하는 국가다.
새 정부, 탈원전 포기 선언해야
전통의 제조업 강국 독일은 ‘유럽의 환자’ 신세다. 공장을 제대로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전기요금이 뛴 게 주요 배경 중 하나다. 경제성장률은 2023년 -0.3%, 작년엔 -0.2%였다. 올해도 잘해야 ‘제로 성장’에 그칠 것이란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상이다. 우리는 다를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부터 추진한 탈원전 정책은 지금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전력은 ‘부채 200조원’의 부실 덩어리로 전락했다. 연간 이자만 4조원을 부담하고 있다.더 큰 문제는 국가 경쟁력 저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7년 이후 58%가량 뛰었다.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40% 이상 비싸다.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해 공장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철강 화학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높은 한국엔 더욱 치명적이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은 건 다행스럽다. ‘실용 정부’를 표방하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에 찬성하고, SMR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AI산업에 1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탈원전 포기 선언은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