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내 집 마련에 나선 사람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도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가계대출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시중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만큼 현명한 대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연봉 1억 수도권 한도 3300만원 감소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안’의 핵심은 대출 축소다. 차주의 연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DSR은 대표적인 대출 총량 규제 수단 중 하나다. DSR을 산정할 때 더 많은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줄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다음달 1일부터 3단계가 시행되면 은행권과 2금융권 내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 등에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 수도권에서 대출 한도 산정 시 1.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현재 DSR 2단계에서 가산금리는 1.2%포인트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제외한 비수도권은 3단계 가산금리 적용을 연말까지 6개월 미루기로 했다. 비수도권 가산금리는 현행 0.75%포인트로 유지돼 대출 한도가 변하지 않는다.

금융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주담대를 받을 때 한도가 지금보다 1000만~3000만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혼합형 주담대(5년 고정금리 후 6개월 주기로 금리 변동)로 예를 들면 연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주담대를 받을 때 3단계 스트레스 DSR(1.5%)을 적용하면 대출 한도는 5억9400만원이다. 현행 2단계 기준(6억2700만원)과 비교해 3300만원 감소한다. 같은 조건으로 변동 금리 대출을 받는다면 한도는 5억9400만원에서 5억7400만원으로 2000만원 감소한다.
연 소득이 줄어도 대출이 감소하는 것은 비슷하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주담대를 받을 때 수도권의 경우 기존보다 900만~1700만원가량 한도가 감소할 수 있다.
◇DSR 전 막차 수요에 은행 셈법 복잡
대출 한도가 축소가 예정되면서 은행 창구는 ‘막차 수요’를 노린 이들로 붐비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비대면 대출 창구(모바일 앱)에 이른 아침부터 신청자가 몰리는 ‘오픈런’이 반복될 정도다.일부 은행은 대출 총량을 조절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최근 주담대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폭증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에도 대출 모집 법인의 대출 취급 한도가 모두 소진돼 주담대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접수 건수를 150건으로 제한했고, 지난달 20일엔 대출 금리도 0.25%포인트 올렸다.
반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은행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하나원큐 아파트론’ 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렸다. 또 다른 비대면 주담대인 ‘하나원큐 주택담보대출’ 한도 역시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했다.
◇정책자금 대출 살펴봐야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막차 대출 유행에 탑승하기보다는 미래 현금 흐름, 필요한 자금 규모, 실제 대출 가능액 등을 점검하고 실행 시기와 상품 유형 등을 꼼꼼히 따져볼 시기라고 조언한다. 다만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면 DSR 규제 시행 전 대출이 가능한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금 계획이 확정된 경우라면 미리 대출을 실행해 더 넉넉한 한도를 확보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정책자금 대출을 살펴보는 것도 유용하다. 평가액 9억원 이하 주택(전용면적 85㎡)을 담보로 삼을 수 있는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대출 접수일 기준으로 아이가 태어난 지 2년이 안 지난 부부가 소득과 자산 조건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부부 합산으로 연 소득은 1억3000만원(맞벌이는 2억원) 이하, 자산은 4억88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이다.
보금자리론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신청할 수 있는 정책자금 대출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금자리론 공급 규모는 3조7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2조9186억원) 대비 약 128.5% 늘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