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경제계는 한국이 첨단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누구든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업화할 수 있는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미래 경쟁력 격차를 영영 따라잡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핵심은 벤처투자 생태계와 인재 배출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창고에서 썩지 않으려면 이를 현실에서 구현해줄 공학 인재와 사업화에 드는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 등 기본 인프라 확충도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전기는 한국의 기둥 산업인 반도체뿐 아니라 AI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로봇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다. 한국전력공사는 2038년까지 약 73조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 고속도로’를 깔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주민 반발 등으로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구글 웨이모가 2018년 로보택시 사업에 뛰어들어 누적 4000만㎞ 주행 실적을 쌓았고, 중국에선 바이두 화웨이 비야디(BYD) 등이 수천 대의 로보택시를 전국에 돌리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심야 등 특정 시간과 제한된 구역에서 총 400대 수준의 ‘반쪽짜리 로보택시’만 임시 운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자동차 관련법이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는 ‘앙꼬 없는 찐빵’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휴머노이드 등 다른 산업 역시 현행 법제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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