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불법 웹툰 사이트의 ‘무한 재개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이트를 차단해도 인터넷 프로토콜(IP)과 도메인만 바꾸면 새 사이트를 끝없이 생성할 수 있어서다. 디지털 추적과 단속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웹툰은 불법 웹툰 사이트인 엔류망가를 ‘절반의 셧다운’시켰다. 완벽한 셧다운이 아닌 이유는 이 사이트가 공식 항의받은 네이버웹툰 콘텐츠는 내리는 대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는 지난 2년간 ‘러브 바이츠’ ‘스타 캐처’ 등 네이버의 인기 웹툰을 무단 복제해 유통했다. 네이버웹툰이 ‘테이크다운 노티스’(불법 콘텐츠 삭제 요청)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었다. 네이버웹툰은 운영진 신원을 추적해 콘텐츠 삭제를 설득했다. 엔류망가 측은 “많은 분이 소식(네이버 콘텐츠 삭제)에 슬퍼하겠지만, 카카오로 정신을 이어가면 된다”고 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전담팀을 구성해 불법 유통에 대응하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를 호소했다. 불법 사이트는 보통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현지 경찰과 공조하지 않으면 운영자 특정조차 어렵다. 일시 차단되더라도 도메인을 바꿔 새 사이트를 개설하고 텔레그램 등 소통 채널을 통해 주소를 알려 이용자를 확보하면 된다.
대표적인 게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 ‘뉴토끼’다. 경찰 수사로 운영자 신원이 어렵게 특정됐지만, 일본으로 귀화한 뒤 해외 서버를 통해 불법 유통을 계속하고 있다. 불법 사이트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만 제공하는 소위 ‘리치 사이트’ 처벌 규정도 현행 저작권법에는 없다. 그러는 사이 불법 유통 방식은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X(옛 트위터) 등을 통한 유통이 횡행하고 있다. 최근엔 각 장면을 애니메이션처럼 이어붙인 유튜브 숏폼 콘텐츠까지 등장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 유통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침해 저작권 규모만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는 지난달 26일 대전지법에서 징역 3년, 범죄수익 7억원 추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와 잠재적 범죄자들이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할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