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전국 곳곳에서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무원이 배우자 신분증으로 대리투표를 하거나 회송용 봉투에서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일부 현장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여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곳곳에서 부실 관리 사례 나와
이날 선관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두 번 한 유권자가 있다는 신고를 전날 밤 접수한 뒤 출동해 A씨를 긴급 체포했다.▶본지 5월 30일자 A8면 참조
선관위 등에 따르면 A씨는 사위(詐僞)투표를 한 혐의를 받는다. 사위투표는 성명을 사칭하거나 신분증을 위·변조해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투표를 하려는 행위다. 공직선거법은 이런 행위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A씨는 지난 29일 낮 12시께 대치2동 사전투표소에서 남편의 신분증으로 대리투표를 마친 뒤 오후 5시쯤 자신의 신분증으로 투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서울 강남구 보건소 소속 계약직 공무원으로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 선거사무원에 위촉됐다.
부실 관리 사례는 또 나왔다. 경기도 김포와 부천에서는 이날 오전 투표 시작에 앞서 투표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총선 투표용지가 나왔다. 김포시 장기동행정복지센터 관내 사전투표함과 부천시 신흥동행정복지센터 관내 사전투표함에서 22대 총선 투표용지가 한 장씩 발견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총선 개표 과정에서 투표함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미흡함이 있었다”며 “저희 측 실수가 맞다”고 인정했다. 화성의 한 투표소에서는 사전투표 봉인지가 훼손됐다는 112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전날 서울 신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반출 사건을 놓고도 이날 논란이 이어졌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노태악 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간부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잇따르는 부실 투표 관리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선거 관리는 국민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라며 “투표관리관이 직접 날인하도록 공직선거법을 반드시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에 “선거 관리에 매우 실망했다”고 했다.
◇자작극 의심 사례도 발생
선관위는 일부 현장에서 부실 관리가 있었지만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의 조직적 방해 행위가 더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각지 사전투표소에서 일부 선거참관인 등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투표함을 훼손하거나 선거사무를 방해하는 행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자작극 의심 사례도 나왔다. 이날 용인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배부된 회송용 봉투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지가 반으로 접힌 채 들어가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신고는 한 20대 여성 투표인 A씨가 관외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회송용 봉투 안에 기표 용지가 있다고 선거참관인에게 알리면서 이뤄졌다. 선관위는 “해당 선거인이 타인에게서 기표된 투표지를 전달받아 빈 회송용 봉투에 넣어 투표소에서 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돼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형창/정소람/정상원 기자 call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