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항행 금지를 선포하고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명백한 한중어업협정 위반입니다.”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사진)는 3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해 PMZ에서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이를 심각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순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은 서해 PMZ에 심해 양식장과 관리시설 등 해상구조물을 무단 설치했고, 최근 군사훈련을 이유로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일부 구역을 일시적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전날 개막한 제주포럼에서도 “중국이 서해에서 ‘남중국해 2.0’을 구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도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고 필리핀 등 주변국을 상대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 전략은 명확하게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국이 양자 상호 방위조약을 맺은 국가는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대만 등 다섯 곳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 관련해선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안보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재배치와 관련한 질문에 해리스 전 대사는 “이전 배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억지력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 재배치가 이뤄진다면 인도·태평양 지역 모든 동맹국이 직면한 과제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