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9일 10: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4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라이트하우스 캔톤은 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 산업의 성장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자산운용사다. 여러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로 출발해 일반 자산운용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도계인 실피 차우다리 회장(사진 가운데)은 싱가포르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이 사업을 설립했다. 그와 그의 팀이 인도, 싱가포르 현지 및 아시아 지역의 패밀리들과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초기 자본의 대부분은 그들의 네트워크에서 유입되었다. 부유한 해외 거주 인도인 및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이 싱가포르의 투자 프레임워크로 글로벌 자산을 관리할 기회를 라이트하우스 캔톤이 제공했다는 의미다. 차우다리 회장은 29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기자와 만나 싱가포르 패밀리오피스 산업과 라이트하우스 캔톤의 성장에 대해 설명했다.
▷라이트하우스 캔톤의 지난 10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싱가포르에서 설립돼 아랍에미리트, 인도, 최근에는 영국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투자 회사로 발돋움 했습니다. 운용자산도 빠르게 늘어 2015년 1억달러에서, 2020년 10억달러, 2022년 30억달러에 이어 지난해말 기준으로는 40억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운용인력은 200여명에 이릅니다."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초고액 자산가와 싱글 패밀리오피스 등과 다져온 신뢰 관계가 기초가 됐습니다. 주요 고객의 자산 규모가 큰 만큼 단순한 자산관리(WM)를 넘어 자산운용을 지원하며 △글로벌 자산 구조화 △사모시장 접근 △자본조달 기회 제공 등 일반적인 개인 상대 금융사가 하지 않는 분야까지 다양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싱가포르에 다양한 국가의 초고액 자산가들이 몰리며 금융 시장의 규모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 역시 도움이 됐습니다."
▷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은 투자 스타일 등에서 전통적인 자산운용 고객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에 대한 '마음가짐(mindset)'에 있습니다.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수익 극대화보다는 자산 보존과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사 결정도 단순히 수익률보다는 개인의 가치관, 가문의 장기적 목표, 유산 계획 등에 기반해 이뤄집니다. 개별 고객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초고액 자산가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투자처가 있나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어느 정도 수익성도 잡을 수 있는 투자영역입니다. 투자 대상에 상관 없이 수수료의 투명성과 전략의 유연성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도 초고액 자산가들의 특징입니다. 각 패밀리오피스에서 일하는 전문가가 저희와 협업해 보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를 합니다."
▷주로 싱가포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운용함에도 싱가포르에 운용사를 차리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본사를 싱가포르에 설립한 것은 전략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투자기관 구축에 핵심적인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신뢰 받는 싱가포르 금융투자청(MAS)의 명확하고 견고한 법적 체계, 안정적인 금융 생태계와 성숙한 투자 인프라는 글로벌 고객 서비스를 위한 최적의 기반입니다.
삶의 질, 도시 인프라, 제도 안정성 등으로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도시이다 보니 뛰어난 금융 서비스 전문가를 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은 다른 글로벌 금융 허브와 차별화되는 강점입니다."
▷싱가포르 제도상 패밀리오피스는 일반 자산운용사보다 더 유연한 규제를 적용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더 큰 안정성과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나요.
"패밀리오피스는 은행이나 증권사, 일반적인 자산운용사 대비 더 큰 유연성을 누릴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규제 당국은 패밀리오피스의 특수한 요구를 인지하고, 보다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제 체계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유연성이 꼭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 결과는 전반적인 거버넌스의 질과 투자 전략의 정교함, 그리고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라이트하우스 캔톤은 이같은 시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어떤 투자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까.
"최근 글로벌 시장의 특징은 변동성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리스크 요인이 아닌, 새로운 기회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단기적인 리스크를 관리하며 장기 성장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중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모 시장 내 전략을 활용해 리스크를 적극 관리하며 자체 모델을 활용해 리스크와 단기 시장 충격을 헤지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변동성을 기회로 삼아 추가 수익을 추구합니다. 시장 왜곡이 발생할 때 구조화 상품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투자해 시장 정상화 때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합니다."
▷라이트하우스 캔톤이 특별히 투자를 늘리고 있는 자산이 있을까요.
"최근 몇년간 우리는 사모시장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모시장은 공모시장과 상관 관계가 낮아 변동성 높은 환경에서 분산 투자 효과와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핵심 영역으로 부상한 사모 대출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운 사이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용 프라이빗 펀드도 마련했습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있나요.
"우리 고객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와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 기술 분야, 바이오테크 및 그린 에너지 분야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도 혁신에서 기회를 찾는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있습니다.
다만 고객들의 출신 지역에 따라 관심 수준은 차이가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고객들은 한국을 자연스럽게 전체 북아시아 투자 전략의 일부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으며, 동남아시아 및 인도 고객은 특정 산업이나 테마에 보다 집중하는 편입니다. 혁신 지향적인 투자자들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 로보틱스, 5세대 통신(5G) 인프라, 인공지능(AI) 분야의 선도 기업을 겨냥한 테마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핀테크와 헬스테크, 게임,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사모 및 벤처케피탈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업 지배 구조, 인구 감소 등의 요소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한 장기 관심이 줄지는 않겠지만, 투자 방식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