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재 한 국립대는 최근 올린 교내 아르바이트 공고에서 ‘초단시간 알바’를 키워드로 내걸었다. 토요일과 평일 하루 각 7시간씩, 주 14시간 근무 조건이다. 울산의 한 식음료 매장도 비슷하다.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주3일 근무 가능자 모집”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간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주당 근로시간은 14시간 30분이다.
경기가 악화하면서 최근 구인 공고에서 대놓고 ‘단시간’, ‘초단시간’, ‘15시간 미만’ 등의 키워드를 아예 명시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주15시간 미만' 근로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불린다. 초단시간 채용의 핵심은 ‘주휴수당’ 회피다. 주휴수당은 근로자가 소정의 근무일수를 개근할 경우 유급휴일 하루치 임금을 추가 지급하는 제도다.
27일 알바 구인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하루 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 공고 비중은 2021년 16.2%에서 지난해 19.7%로 꾸준히 증가했다. 알바 공고 5건 중 1건이 1일 5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인 셈이다. ‘근무시간 협의 가능’이라는 문구를 내건 공고 역시 2019년 63.0%에서 2023년 81.1%로 늘었다. 그만큼 단시간 알바 비중이 급증하는 셈이다.
특히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주휴수당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의무 가입에서도 제외된다. 퇴직금, 유급휴일, 연차휴가 등의 복리후생도 적용받지 않아 자영업자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풀타임 알바 한명보다 단시간 알바를 가장 바쁜 '코어타임'에 여럿 두는 게 사용자 입장에선 이득이다.
반면 아르바이트생 A씨는 “하루 5시간씩 주 3일 일하는 등 주휴수당을 안 주는 채용 공고가 크게 늘었다”며 “출퇴근하다 보면 풀타임 근무처럼 하루를 통째로 날리는 셈인데 임금은 줄고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주15시간 미만 임금근로자는 140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4만3000명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를 제외한 수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주휴수당도 커지면서, 최저임금을 못 주는 '미만율'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총의 ‘2024년 최저임금 미만율’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저시급(986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76만1000명이다. 여기에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467만9000명(전체의 21.1%)에 달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1953년 도입된 주휴수당은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실무상 혼선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도 주휴수당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한 공인노무사는 “주휴수당은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며 "최저임금 산정이나 근로시간 계산의 변수로 작용해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시급제와 월급제 최저임금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도 주휴수당 제도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그만큼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2일 1차 전원회의 이후 약 한 달 만에 열리는 회의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