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의원면직’을 검색하면 117개 채널, 621개의 영상이 뜬다. 민간 기업으로 옮기거나 전문직으로 직업을 바꾼 전직 공무원이 공무원을 그만둔 계기와 전직 요령을 공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인기 채널 조회수는 수십만을 가볍게 넘는다. 자발적 퇴사를 뜻하는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공무원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 민간의 절반인 공무원 처우
정부가 중앙부처 공무원의 보수, 근무 시간, 부처별 정원, 조직 문화 등 인사 전반의 재검토에 들어갔다. 젊은 공무원을 공직사회 밖으로 내모는 경직된 임금 체계와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정부의 생산성·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인사혁신처가 전문기관에 의뢰한 연구 주제는 단순한 처우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인적자원관리 환경 변화 연구’에서는 ‘정부효율부 출범 등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인공지능(AI) 활용 확산이 한국 정부의 인적 자원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달라’고 주문했다. ‘공직사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근무시간’ 연구에서는 ‘아이슬란드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우아한형제들과 CJ ENM 등 국내 민간 기업, 전라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하고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정부가 이같이 대대적 연구용역에 나선 건 인구 구조 변화와 세대별 특성을 고려해 인사 시스템을 개편하지 않으면 정부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정부는 특히 잦은 임금 동결과 연공서열에 따른 경직된 임금체계가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를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2024년 기준 입직 5년 차 정도인 32세 5급 4호봉 사무관의 월 급여는 305만원으로 30~34세 제조업 종사자 평균 월급(420만원)과 10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근무 경력이 20년에 달하는 4급 12호봉 서기관의 월 급여는 448만2000원으로 300명 이상 금융보험업(878만5038원)과 제조업(777만2397원)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공무원 보수 현실화 5개년 계획’을 시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 2004년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95.9%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 처우 개선이 시들해지면서 민간 기업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 “처우 개선 동시에 생산성 향상”
정부도 공무원 사기 진작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보수를 파격적으로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근무 방식 유연화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2024년 공무원 총조사에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일하는 ‘스마트워크’ 근무형 유연근로제를 써본 적이 있다는 공무원은 1.7%에 불과했다. 재량근무형(1.9%) 집약근무형(2.2%) 재택근무형(4.1%) 등을 활용해 봤다는 공무원도 5%를 넘지 않았다.공무원의 정시 퇴근 비율은 2024년 22.7%로 5년 전인 2019년 24.7%보다 줄었다. 하루평균 4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는 공무원은 10%에 달하고, 연가를 40%도 쓰지 못한다는 사람이 30.9%였다.
정부는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생산성과 공무원의 삶의 질이 모두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다른 나라와 민간 기업, 지자체와의 비교를 통해 인사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는 작업에 들어간 이유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2017년 103만 명에서 2023년 117만 명으로 늘어난 공무원 정원(행정부 국가공무원 기준)이 적정한지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부처별, 직무별로 맞춤형 생산성 향상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요 정책 부처는 지금보다 처우를 개선해줄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개방 임용을 늘려 민간과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