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현대L&C 세종사업장 제2 생산라인. 거대한 믹서기처럼 생긴 배합기에서 천연 석영과 액상 수지를 비롯한 원료들이 고루 섞이고 있었다. 맨눈으로는 천연 대리석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하이엔드 엔지니어드 스톤 ‘오피모 컬렉션’ 생산의 첫 공정이었다. 그 옆에선 양생 후 단단하게 압축된 오피모가 습식 가공 방식으로 절단되고 있었다. 황정석 현대L&C 칸스톤 생산·개발팀장은 “절단과 연마 공정 내내 물이 분사되는 습식 가공 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분진 발생을 최소화하고 제품 표면을 더 매끈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피모는 국내 엔지니어드 스톤 시장 1위 브랜드 ‘칸스톤’의 상위 제품이다. 현대L&C가 500억원을 투자해 2022년부터 생산하고 있다. 엔지니어드 스톤은 천연 대리석 질감과 디자인을 매우 비슷하게 구현한 인공 대리석이다. 불순물이 거의 없는 천연 석영을 주재료로 사용해 표면 긁힘과 파손 위험을 낮추고 천연 석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깨짐, 색상 불균형 현상을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주방 상판부터 건물 외벽, 상업 공간 바닥재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현장에서 본 오피모는 천연 대리석과 육안으로 구분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비슷했다. 황 팀장은 “이탈리아 브레톤사의 로봇 자동화 첨단 설비인 크레오스 덕분에 정교함과 심미성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봇 팔에 부착된 글라인더가 절단된 제품 표면에 비정형적 패턴을 긁어 파낸 뒤 새로운 무늬를 입힌다. 이 때문에 규암의 특징인 물결 무늬와 적층 무늬를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께가 얇은 것도 강점이다. 오피모의 두께는 일반 규격(20㎜)보다 40% 얇은 12㎜다. 미니멀 인테리어 트렌드에 따라 얇은 주방 상판 수요가 늘어 12㎜ 주문량이 20㎜ 주문량을 앞질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황 팀장은 “보통 12㎜ 제품은 20㎜ 제품을 만든 뒤 재가공하는데 오피모는 진공 압축성형 기술을 통해 단번에 12㎜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했다. 면적도 기존 칸스톤 규격(가로 3050㎜, 세로 1400㎜)보다 28%가량 큰 광폭 크기(가로 3300㎜, 세로 1650㎜)로 생산한다. 광폭은 이어 붙일 때 연결 부위가 적어 깔끔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다.
수출도 늘고 있다. 오피모 대표 제품인 ‘마터호른’과 ‘에덴’은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그리스 등 10여 개국으로 수출된다. 국내에선 총 1만2032가구 대단지인 서울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에 프리미엄 옵션으로 적용됐다. 현대L&C에 따르면 지난해 오피모로 거둔 매출은 305억원. 출시 첫해인 2022년(50억원)과 비교해 여섯 배 넘게 불어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려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태식 현대L&C 세종사업장 총괄 담당 상무는 “국가별 트렌드를 반영해 디자인하고 새 배합 원료를 활용한 차세대 오피모를 개발 중”이라며 “생산량 증가 및 신제품 개발 계획에 맞춰 올해 제2 생산라인 보강을 위한 설비 투자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