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레오 14세가 오는 18일 오전 10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되는 즉위 미사를 통해 전 세계에 교황직의 시작을 알린다.
즉위 미사를 하루 앞둔 17일, 가톨릭 전문 매체인 바티칸뉴스와 알레테이아는 이번 미사의 전례 절차와 그 의미를 자세히 소개했다.
전례는 성 베드로 대성전 내부에서 시작된다. 레오 14세 교황은 동방 가톨릭교회 총대주교들과 함께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의 무덤이 있는 지하 경당으로 내려가 기도와 분향을 올리며 사도적 계승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후 그는 주교, 대주교, 추기경, 총대주교들을 따라 대성전 중앙 통로를 지나 성 베드로 광장에 마련된 야외 제단으로 향한다.
이때 광장에는 고대 찬가인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신다'(Laudes Regiae)가 울려 퍼진다.
즉위 미사의 핵심은 새 교황에게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를 수여하는 의식이다.
팔리움은 양털로 만든 흰색 띠 모양의 전례 복장으로, 어깨에 둘러 앞뒤로 늘어뜨리며, 여섯 개의 검은 십자가가 장식돼 있다. 세 개의 핀으로 고정되는데, 이는 십자가에 박힌 예수의 못 세 개를 상징한다.
이 팔리움은 길 잃은 양을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선한 목자를 뜻하며, 교황이 그리스도의 양 떼를 돌보는 목자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요한 바오로 1세 교황 즉위 이후, 교황관 대신 팔리움이 교황권의 주요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어부의 반지는 베드로가 예수의 말씀에 따라 그물을 던져 고기를 가득 잡은 성경 속 사건에서 유래한 것으로 교황이 교회의 일치를 수호하고 신앙을 지키는 사명을 가졌음을 드러낸다.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는 세 명의 추기경이 나눠 수여한다. 먼저 부제급 추기경이 팔리움을 걸어주고, 사제급 추기경이 교황을 위한 기도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주교급 추기경이 어부의 반지를 전달한다.
이어 교황은 복음서 책으로 회중을 축복하며, '오래오래 사시기를!'(Ad multos annos!)이라는 찬가가 그리스어로 울려 퍼진다.
전 세계의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신자 12명이 교황 앞에 나아가 순명을 맹세한 뒤, 레오 14세 교황이 강론에 나선다.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은 다시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들어가 각국 정상 및 고위 인사들과 만남을 갖는다. 이는 교황이 세계적 영적 지도자일 뿐 아니라 중요한 외교적 역할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절차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당시 이 만남은 1시간 넘게 이어져, 교황의 전 세계적 영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