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990억달러(약 140조2300억원) 규모까지 성장이 예상되는 공조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를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고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조 부문에서 가시적 협력 방안을 도출했다.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독일 플랙트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15억유로(약 2조3800억원) 규모다.
플랙트는 고객 수요에 맞춰 공조기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안정적 냉방이 필수인 대형 데이터센터, 고서·유물을 관리하는 박물관·도서관,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터미널, 항균·항온·항습이 중요한 대형 병원 등 다양한 시설에 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해 왔다.
특히 전 세계 대형 데이터센터 공조시장에서 제품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플랙트의 공조설비는 에너지 절감을 달성해야 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에게 호응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 CDU 부문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 냉각 용량과 효율을 갖춘 제품군을 보유 중이다.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주요 제약사, 헬스케어·식음료·플랜트 등 분야 대형 고객사 60곳 이상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공조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공항·쇼핑몰·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달러(약 86조4000억원)에서 2030년 99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8%씩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의 경우 441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18% 성장이 예상될 만큼 유망 분야로 꼽힌다.
삼성전자도 생성형 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확장현실(XR)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플랙트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LG전자도 일찌감치 MS와의 협력을 발표하는 등 공조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만나 MS 데이터센터에 자사 냉각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싱가포르 투아스 지역에 건설된 초대형 물류센터에도 고효율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를 공급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 물류센터는 축구장 약 9개 크기와 맞먹는 대규모 시설로 주요 제조사 중 LG전자만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 수주를 계기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을 상대로 현지 맞춤형 공조설비를 공급할 기회를 확보하겠단 전략이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추진하는 도시 개발 정책을 공략한다.
미국 내 공조설비 생산거점도 마련했다. 지난해 6월엔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신규 공조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투자 금액은 3억달러(약 4252억원). 신규 생산시설을 통해 북미 상업용 공조설비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시스템에어컨·히트펌프 등 고효율 제품 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공조사업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H&A사업본부에서 공조 사업을 맡는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 세계 공조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해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인 칠러, CDU, 상업용 에어컨,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하는 히팅 솔루션, 가정용 에어컨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업체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