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의류를 재활용해 만든 미슐랭 레스토랑 작업복, 버려진 매트리스 자투리로 제작한 니트와 쿠션, 자동차 에어백을 활용한 파우치….
올해 출범 14주년을 맞은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가 선보인 제품들이다. 폐의류 처리가 글로벌 패션업계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래코드가 주목받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미술 등 이종산업과의 협업을 늘리면서 국내 패션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11일 코오롱FnC에 따르면 래코드가 재활용한 누적 재고 의류 수는 올 1분기 기준 3만3000건을 돌파했다. 일반적으로 패션업체에서 3년 이상 팔리지 않는 재고는 소각 대상으로 분류된다. 코오롱FnC는 재고를 불태우지 않고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2012년 래코드를 만들었다.
작업 방식은 이렇다. 래코드 소속 직원들이 아울렛에서 소각 대상으로 분류된 의류를 수집한 후 수작업으로 해체한다. 이후 전문 디자이너들이 해체된 옷 조각을 재조합하거나, 다른 재료와 결합해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초기 래코드는 자회사 재고를 처리하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방산 등 다른 산업군의 폐자재를 재활용해주는 기업 간 기업(B2B) 사업으로 확대시켰다. 기아 전기차 EV6의 카시트와 에어백을 재료로 가방, 파우치 등을 제작하고,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 소속 K팝 스타들이 입었던 무대 의상을 티셔츠로 만들어 출시했다.
글로벌 브랜드들도 래코드에 손길을 내밀고 있다. 2020년 나이키는 래코드와 손 잡고 폐의류에 코오롱Fnc의 재고, 원단 등을 추가한 ‘래코드 바이 나이키’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래코드와 협업한 브랜드는 타미진스, 라코스테 등 162개에 달한다. 2021년 K팝 스타 BTS가 UN 연설 때 입었던 수트, 최근 재오픈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모수의 안성재 셰프 작업복도 래코드의 작품이다.
폐의류 처리는 글로벌 패션업계의 최대 고민이다. 옷을 짧은 주기로 대량 생산하는 패스트패션이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그만큼 폐의류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중국 초저가 패션 플랫폼 ‘쉬인’도 2020년 미국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과도한 폐기물 생산 등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상장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