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셀 플랫폼 시장에선 네이버의 크림과 미국 스톡엑스가 경쟁하고 있다. 크림이 수년 사이 급성장해 거래액 기준으로는 스톡엑스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크림보다 먼저 시장에 진출한 스톡엑스는 매출 기준 1위 자리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크림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 기업이 통합하면 리셀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된다.
◇러브콜 보낸 스톡엑스

이번 거래는 스톡엑스 측의 적극적인 ‘러브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 주자인 네이버의 크림이 스톡엑스 거래액을 추월하며 급성장하자 스톡엑스 경영진은 사업 통합을 목표로 크림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크림 측에 접촉을 시작했다. 스니커즈 거래 위주 사업 모델의 한계와 성장 둔화에 대한 투자자 우려를 해소할 묘수를 크림에서 찾은 것이다.
스톡엑스는 글로벌 1위 점유율을 바탕으로 몸값이 4조원까지 뛰며 공룡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현지에서 받는 수수료가 크림 대비 월등히 높아 매출 규모도 크림보다 수 배 컸다. 하지만 여전히 초창기 사업 모델인 스니커즈 거래에 기업가치가 좌우되며 사업 다각화가 시급한 과제였다.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인하 압박에 직면한 점도 고민거리였다.
스톡엑스는 2021년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준비를 시작했지만 시장 변동성과 사업 지속성 등을 두고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며 한 차례 낙마했다. 스톡엑스가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크림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상장에 재도전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도약 노리는 크림
후발 주자인 크림은 신발과 의류 등 한정판 상품에서 시작해 그래픽카드, 피규어, 티켓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업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크림은 앞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2023년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 운영사 소다에 976억원을 투자해 지분 43.6%를 확보했다. 태국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사솜’을 운영하는 사솜컴퍼니 지분을 인수하며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크림과 스톡엑스 양사의 노하우를 통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크림도 스톡엑스가 구축해놓은 해외 물류망과 인프라 등 네트워크를 확보할 기회라는 측면에서 통합 협상에 나섰다. 시장 규모가 한정된 국내에 갇혀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중고 의류 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리셀을 포함한 전체 글로벌 중고 시장 규모는 2028년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림은 지난해 매출 1775억원을 거뒀다. 전년(1222억원) 대비 45.3% 증가했다. 영업적자는 80억원으로 2023년(-408억원)과 비교해 대폭 줄었다. 국내 실적 기준으로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냈지만 독자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 유치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통합을 위해선 크림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크림의 최대주주인 네이버 측 지분은 자회사 스노우(지분 38.82%)를 포함해 43.69%에 불과하다. 알토스벤처스가 지분 약 31%를 보유하고 있다.
차준호/박종관/고은이 기자 chach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