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편에서는 BAL0891의 특허권을 35억원에 확보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 그간 이 물질에 대한 가치가 고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라젠 관계자는 23일 “계약에 얽힌 3사 각각의 입장을 반영해 딜 구조를 최적화한 것”이라며 “딜 구조 개편으로 원활한 기술이전(LO)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반박했다.
지난 21일 신라젠은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크로스파이어(옛 Netherlands Translational Research Center)로부터 BAL0891의 물질·바이오마커 특허를 200만 스위스프랑(약 35억원)에 일시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크로스파이어 측이 보유하고 있던 후보물질 관련 모든 권리와 최대 1억7200만 스위스프랑(약 3000억원) 규모의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의무도 함께 종료됐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개발사가 35억원을 받고 포기한 물질’이라는 식의 가치 절하 시선이 일부 제기됐다. BAL0891은 유사분열 체크포인트를 이중으로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항암제다. 원개발사는 크로스파이어이며 바실리아가 BAL0891을 라이선스인 한 뒤, 다시 2022년 ‘독점적 실시권 부여 계약’으로 BAL0891의 권리가 신라젠으로 넘어왔다.
공시에 따르면 신라젠은 35억원으로 크로스파이어가 보유한 BAL0891의 특허권을 모두 인수했으며, ‘1달러’를 크로스파이어 측에 지급해 기존의 마일스톤 지급의무를 해소했다. 1달러는 ‘법적 유효성’을 유지하기 위한 상징적 계약대가로 계약에서 종종 사용된다.
BAL0891 관련 계약내용 변경사항 정리.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경바이오인사이트 정리 항목 2022년 9월 20일 공시 2025년 4월 21일 정정 공시 계약 상대방 바실리아 바실리아 기술도입 주체 신라젠 → 바실리아 신라젠 → 바실리아 선급금 1400만 달러 1400만 달러 임상 2상 마일스톤 450만 달러 450만 달러 임상 3상 마일스톤 900만 달러 900만 달러 NDA 승인 마일스톤 7800만 달러 800만 달러 Sales 마일스톤 1억9250만 달러 1억2750만 달러 CHF 통화 병기 O (다수 CHF 병기) X (모두 삭제) 기술 소유권 구조 크로스파이어가 특허 소유 신라젠이 크로스파이어로부터 특허 직접 인수 Crossfire 마일스톤 지급 의무 총 3000억원 예정 1달러로 종료 기타 - 기술이전 추진 용이성 제고
<표>BAL0891 관련 계약내용 변경사항 정리.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경바이오인사이트 정리
신라젠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딜 구조 개편은 바실리아가 주도한 3자간 중재를 통해 이뤄졌다. 3사의 ‘니즈’가 각각 맞아떨어져 이같이 계약이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구조 개편이 성사된 주요 배경 중 하나는 크로스파이어의 열악한 재정사정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크로스파이어는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어 장기간 단계별 기술료를 기다릴 여력이 없었고, 현금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권리를 넘기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배경은 기존 딜 구조가 가진 복잡성과 제한성이다. 기존 계약 구조에선 BAL0891이 임상 2상에 진입하면 최소 450만 달러를 크로스파이어에 지급해야 했다. 이 관계자는 “적응증 확장, 신약허가(NDA) 승인 등 다수의 조건부 마일스톤이 얽혀 있어, BAL0891의 기술이전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BAL0891을 기술이전 받아가는 쪽의 마일스톤 부담이 업계 평균에 비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임상 1상 종료 후 기술이전을 본격 추진하려던 신라젠 입장에선 발목이 잡힌 상태였다. 또한 바실리아 역시 받기로 한 마일스톤이 임상 3상 이후로 집중돼 있어 빠른 기술이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권리를 단일화해 이후 기술이전 파트너와의 협상 유연성을 확보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구조 정리는 실제 공시상 수치로도 비용 절감 효과가 뚜렷하다. 신라젠이 바실리아에 지급해야 할 마일스톤 총액은 기존 1억9250만 달러에서 1억2750만 달러로 약 6500만 달러( 927억원) 감축됐다. 또한 바실리아와의 계약은 크로스파이어와 달리 임상 3상 진입 이후 또는 상업화 단계에 대부분의 마일스톤이 몰려 있어, 기술이전 전까지 마일스톤 관련 현금 유출은 거의 없다.
신라젠은 이와 같은 구조 재정비를 통해 BAL0891의 기술이전 추진에 숨통이 트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존 고형암 적응증에 더해 급성골수성백혈병(AML)으로 적응증 확장을 추진 중인데, 기존 계약 구조라면 확장에 따른 마일스톤도 추가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이번 계약 변경으로 이같은 부담 없이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협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AML 적응증에 대한 전임상 데이터도 조만간 글로벌 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AML은 임상 속도도 빨라 내년엔 임상 1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4월 24일 08시25분 게재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