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두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침묵을 유지하다 법정 후반부에 “계엄은 가치중립적인 칼과 같다”며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다시 주장했다. 재판 진행 중에는 변호인단과 검찰 간 공방이 격화되자 재판장이 절차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법정 카메라에 포착된 윤 전 대통령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10시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두 번째 공판을 열고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을 상대로 반대신문을 진행했다.공판에 앞서 언론에 법정 촬영이 허용되면서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짙은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머리는 가지런히 빗어넘긴 모습이었다. 오전 9시56분께 법정에 들어선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입장한 오전 10시까지 입을 굳게 다문 채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으며, 촬영진이 퇴장하는 순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재판에선 윤 전 대통령이 조 단장과 김 대대장을 직접 신문하진 않았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과 검찰 양측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둘러싸고 격론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조 단장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한 진술을 지적하며 “군사 작전상 가능한 지시냐”고 추궁했다. 조 단장은 “불가능한 지시였다”고 반박했다.
◇“계엄은 가치중립적인 칼과 같다”
증인신문 내내 침묵을 유지하던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의 입증 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며 입을 열었다. 12·3 비상계엄을 두고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말로 입을 연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은 가치중립적이고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엄은 칼과 같아서 요리를 해 먹거나, 수술을 할 수도 있지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이라며 “칼을 썼다고 해서 이것을 무조건 살인이라고 보면 안 된다”고 항변했다.검찰이 신청한 38명의 주요 증인의 신문 필요성을 두고는 재판장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장에게 “내란죄의 법리에 맞춰 재판하면 본질과 관계없는 증인신문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내란죄 법리는 재판부가 명확히 갖고 있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것에 의문을 가지면 잘못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국헌문란 관련 증인신문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며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백종욱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선관위 시스템의 검증 신청과 함께 국방부·합참 등에 대한 사실 조회 및 문서송부촉탁도 추진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다음달 12일로 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5월부터 12월까지의 공판 일정을 모두 정해서 양측에 통지했다. 대략 1주일에 1회 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