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표해야 한다는 법 개정이 이뤄지자 일부 기업이 법상 규정된 휴직 범위보다 더 폭넓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 확보를 위해 법적 의무 이상으로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종합건설 대기업인 다이세이건설에서 일하는 61세 남성 연구원 A씨는 최근 만 1세가 된 소녀를 안고 평일 주택가를 산책하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육아휴직 대상을 자녀에서 손자로 확대한 기업 제도를 활용한 덕이다.
후생노동성 조사를 보면 2023년 일본 남성 육아휴직 취득률은 30.1%에 그쳤다. 지난 5년간 5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84.1%에 달하는 여성 육아휴직 취득률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하지만 최근 개정된 육아간병휴직법이 시행되면서 일부 대기업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보다 폭넓게 휴직을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개정법은 종업원 1000인 이상 기업에 한해 남성 육아휴직 취득률을 공표하도록 하던 기존 규정을 '300인 이상'으로 확대했다.
법 개정으로로 남성 육아휴직 취득률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은 상황. 기업 입장에선 폭넓은 육아휴직을 통해 인재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
다이세이건설은 자녀 간호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도 초등학교 6학년까지로 확대했다. 육아간병휴직법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보다 더 기간을 넓힌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란 목소리가 높다.
직원 약 10명을 둔 도쿄의 한 웹 제작사 대표는 "대체 인력 확보나 부담이 늘어나는 다른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기 어려워 휴업시키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년간 간병으로 이직한 직원 가운데 휴직·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인원은 자본금 1억엔 이상 대기업의 경우 36.8%인 반면, 중소기업(자본금 1억엔 미만)은 58.2%로 절반을 넘었다.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1월 육아휴직자 등의 업무를 대행한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사카즈메 히로미 호세이대 교수는 "국가는 보조금 제도의 주지와 편의성 향상에 힘쓰고, 중소기업의 상황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며 "개별 기업이나 업종에 맞춰 추가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