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건립 초기에 디자인과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고(故)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 명품 브랜드가 즐겨 찾는 전시장이자 문화 명소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6일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디올은 오는 19일부터 7월 13일까지 DDP에서 ‘크리스티앙 디오르: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회를 연다. 디올의 시작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발자취를 따라가며 꽃과 정원을 향한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의 애정 등 디올 하우스가 중시하는 브랜드 가치를 참신한 시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장으로 DDP를 점찍은 브랜드는 디올뿐이 아니다. 앞서 2015년 샤넬 크루즈 컬렉션쇼를 시작으로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회고전, 장 폴 고티에 전시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이 독창성과 건축미를 갖춘 DDP로 모여들었다. 2023년 10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DDP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회의를 열겠다”며 정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DDP는 개관 10년 만인 작년 6월 누적 방문객 1억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연간 방문객은 1729만 명으로 개관 첫해(688만 명)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열린 전시는 1000건을 훌쩍 넘는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DDP의 시설 가동률은 2023년 79%, 2024년 79.9%로 사실상 풀가동 수준”이라며 “코엑스(2023년 가동률 75%)보다 가동률이 높은 것은 10년 동안 쌓아온 DDP의 가치와 상징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DDP가 자체 기획한 야간 미디어아트 축제 ‘서울라이트(SEOUL LIGHT)’는 연간 최대 126만 명이 찾는 서울의 대표 콘텐츠로 성장했다. 2023년 9월에는 서울라이트 기간 중 잔디 언덕을 뒤덮은 ‘오로라 미디어아트’를 보기 위해 하루 6만 명이 DDP를 찾기도 했다. 올해 서울라이트 축제는 동대문역사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서울의 전통과 미래를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