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7일 16: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투자회사 케이에이치아이(KHI)가 중형 조선사 대한조선 기업공개(IPO)로 3년 만에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다. 한때 구조조정을 겪었던 곳이지만, 최근 조선업 ‘슈퍼 사이클’로 실적 호조세를 보이자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나섰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지난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9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지 7개월 만이다. 공동 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주관사 선정 당시 시장에서는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됐다. 조선업 호황으로 대한조선 실적 성장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매출 1조746억원, 영업이익 1582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340% 증가했다.
대한조선은 2009년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 대상에 올라 지난 2014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이후 산업은행 관리하에 있다가 지난 2022년 KHI가 한투프라이빗에쿼티(PE)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2000억원에 대한조선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케이에이치아이가 보유한 대한조선 지분율은 95%를 웃돌았다.
KHI는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다. 인수합병(M&A), 벤처투자, PE투자 등 다양한 투자 및 자문업을 한다. 2022년 대한조선과 나란히 인수한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경영권을 지난해 부실채권(NPL) 투자회사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넘기는 등 조선사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1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KHI는 5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번 상장 과정에서는 투자금 일부만 회수하기로 했다. 이번 공모주식 수 1000주 가운데 구주매출 비중은 20%로 잡았다. 해당 구주매출은 모두 KHI의 몫으로 파악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KHI가 지난해 재무적투자자(FI)를 교체하면서 지분율이 낮아진 만큼 당장 구주매출을 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며 “최근 시장 상황상 구주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공모 흥행에 부정적이란 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KHI는 대한조선 인수 당시 FI로 참여한 한투PE-SG PE 컨소시엄이 보유한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지난해 10월 1600억원에 인수했다. KHI는 이 과정에서 안다H자산운용에 교환사채(EB)를 발행해 1250억원을 조달했다. 해당 EB는 KHI가 보유한 대한조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이다.
안다H자산운용은 올해 IPO를 앞두고 교환권을 행사해 해당 EB를 보통주로 모두 바꿨다. 이에 따라 대한조선 주주 구성은 KHI 65%, 안다H자산운용 31%로 바뀌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상 안다H자산운용도 이번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할 수 있지만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FI로 참여한 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기존 주주인 KHI와 뜻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