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국내 증시가 관세의 충격을 받은 가운데 전기전자와 해운, 금융 업종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기(-8.50%) LG이노텍(-6.44%) LG전자(-5.81%)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46%의 상호관세를 적용받는 베트남 등에 생산 거점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이번 상호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교역이 더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졌다.
HMM(-3.89%) 대한항공(-2.55%) 등 운송·해운 업종도 약세를 보였다. 강달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KB금융(-4.22%)과 같은 금융업종도 일제히 하락했다. 가까스로 ‘이중관세’를 피했지만 현대차(-1.27%) 기아(-1.41%) 등도 마찬가지였다.
‘관세 불확실성’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뒤늦게 힘을 받으며 개장 직후 3% 가까이 떨어지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국내 증시를 짓눌러온 가장 큰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1조4423억원어치의 매물 폭탄을 던졌지만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각각 8678억원, 4647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증권가에선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국이 잇달아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들 때마다 증시가 휘청일 수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한 2018년 7월 이후 그해 말까지 코스피지수는 12.25% 하락했다. 미국과 각국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 최종 관세율이 낮아지면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상장사 실적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고 있는 점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01개의 올 1분기 영업이익 합산치는 37조6410억원으로, 1개월 전(30조2043억원) 대비 1.17% 늘었다.
최종혁 씨스퀘어자산운용 대표는 “글로벌 관세뿐 아니라 탄핵, 공매도 재개 등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본격 해소되는 시점에 도달했다”며 “국내 증시는 하반기로 갈수록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총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증시가 상승할 여력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현실적인 관세율 때문에 오후 들어 시장 참가자들은 오히려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저가 매수에 나섰다”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이날이 단기 불확실성의 정점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심성미/이시은 기자 smsh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