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2일 11: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가 한달 전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실적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4주간 주간 실적은 한주도 빼놓지 않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악화됐다. 홈플러스 회생의 전제조건인 실적 호전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채권자들도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지원한 메리츠금융그룹 역시 약속된 이자는 물론 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메리츠도 3500억원의 신규 자본 확충을 하며 관련 후폭풍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불 난데 부채질하는 금감원
2일 대체데이터 제공업체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이 발표된 지난달 첫째주 신용카드 결제액은 작년 동기 대비 7.10% 감소했다. 둘째주에는 -14.46%로 매출 감소폭이 더 커졌고, 셋째주 -13.81%, 넷째주 -12.19%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나갔다.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대대적인 세일에 나선 기간인만큼 더욱 뼈아프다. 홈플러스는 2월 28일부터 3월 12일까지 할인행사인 '홈플런 이즈백' 행사를 했으며, 다음날인 13일부터 19일까지 '앵콜! 홈플런 이즈 백'을 통해 세일을 연장했다.
세일에도 카드 매출이 감소한 것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향후 영업 활동에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존에 발행된 상품권을 먼저 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월 첫째주 이마트의 카드결제액이 작년 동기 대비 2.91% 증가하는 등 경쟁업체들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반사효과를 누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이같은 홈플러스의 매출 부진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소비자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과 내후년 주요 점포들이 임대 계약기간 만료를 맞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는 경기 파주운정과 충북 동청주, 2027년에는 서울 잠실 영등포 금천과 부산 센텀, 경기 동수원, 경북 포항죽도, 경남 삼천포점 등의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난다.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해당 점포들의 영업은 종료된다.
이들 점포 대부분은 홈플러스 점포들 중에서도 높은 실적을 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동청주점은 임대주가 계약 종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계속 영업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만큼 임대주 입장에선 재계약에 주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과 내후년 홈플러스 실적 악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의 '홈플러스 흔들기'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적어도 2월28일 이전에에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요지의 발표를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황을 포착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금감원이 구체적인 물증은 내놓지 않으면서 피의자 공표하듯이 부정적인 발표를 먼저 앞세우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황당한 일"이라며 "홈플러스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보유 자산 살펴보니
홈플러스 회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과 함께 메리츠의 채권 회수에 대한 비관론도 증권가에 확산되고 있다. 최근 A증권사의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운용사 매니저 등을 대상으로 메리츠의 채권 회수 가능성과 관련한 세미나를 열었다. 여기서 애널리스트는 메리츠가 일부 원금 회수에 실패하거나, 회수에 예상보다 상당한 시한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가장 큰 근거는 메리츠가 1조3000억원의 대출을 홈플러스에 집행하며 잡은 홈플러스 소유 부동산의 가치가 기대를 밑돌 수 있다는 이유였다. 기업회생 직후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전국 126개 점포 중 60개가 자가 소유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이는 기매각 점포 일부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는 55개다.
그나마 55개 중 대부분이 지방에 분포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시내 18개 점포 중 홈플러스가 소유하고 있는 매장은 4개에 불과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나마도 4개 중 3개는 토지 매각 후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고, 홈플러스는 이중 일부를 구분상가 형식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같은 형태의 대규모 상가를 그대로 임차해 쓸 수요자는 거의 없어, 홈플러스 점포는 건물 가치는 의미가 없고 토지 가치 정도가 평가를 받는다"며 "토지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는 주상복합 내 구분상가는 그만큼 값어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토지와 건물을 함께 소유한 점포도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 수요자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 솔루션 업체인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2023년 대형판매시설 거래는 4건, 거래금액은 5080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87.8% 감소한 수준이다.
부동산 담보 다 쥐고도 불안한 메리츠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전체 부동산 가치는 MBK가 주장하는 5조원을 크게 밑돌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홈플러스 점포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건물 가치는 인정 받지 못하고, 토지 가치로만 매매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업회생까지 겹치며 메리츠가 홈플러스에 빌려준 1조3000억원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부동산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자산에 대한 평가는 상당 부분 홈플러스가 정상 운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사업이 중단되거나 점포별 폐점이 확정되면 부동산 가치도 자동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정리하고 부동산 개발 및 온라인 유통업체 형태로 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증권사를 통해 개인에게 판매한 전단채 4000여억원을 홈플러스가 상거래채권과 같은 위치에 놓고 우선 상환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메리츠로선 악재다. 담보를 잡고 있음에도 후순위 채권보다 상환 순위가 밀릴 수 있어서다.
메리츠증권은 홈플러스 사태 이후 신종 자본증권을 적극 발행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500억원을 자본을 확충한 데 이어 이달 3000억원을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메리츠증권의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이 2022년말 196.3%에서 작년 3분기말 158.1%로 빠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홈플러스와 관련된 리스크에 따른 추가 하락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비율은 자기자본에서 고정자산을 뺀 금액(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산출하는 만큼, 위험액이 늘어날수록 감소한다.
노경목/민경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