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1일 15: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에 상장한 KT 그룹 계열사 이니텍이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 2차전지 기업 엔켐에 인수된다. 당초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인수될 것으로 예정됐지만, 갑작스럽게 인수자가 바뀌게 됐다. 엔켐은 이니텍을 인수하고 추가 자금을 투입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안솔루션 기업 이니텍은 이날 최대주주가 엔켐으로 변경된다고 공시했다. 엔켐이 314만주(17.3%), 중앙첨단소재가 328만주(16.6%)의 이니텍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서 엔켐이 최대주주가 됐다. 중앙첨단소재는 철도 장비 관련된 업체로 엔켐과 최대주주가 동일인이다.
앞서 지난 28일 KT DS와 에이치엔씨네트워크는 이니텍 지분 57%(1128만주)를 PEF 로이투자파트너스·사이먼제이앤컴퍼니 컨소시엄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전체 양도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841억원이다.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이니텍 인수 대금 841억원 중 172억원을 출자받고 669억원을 차입했다. 엔켐이 이 법인에 지분 50%를 출자했고, 중앙첨단소재 해든성장 디비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자금을 차입해줬다.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출자를 받으려고 했으나 원할치 못해 이들에게 손을 내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켐 측은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에게 자금을 빌려주면서 이니텍의 구주 737만주(37.25%) 대한 담보권을 설정했다. 담보설정금액은 550억원이다.
1일 엔켐 측은 출자금과 대여금을 이니텍 주식으로 상계해 배분 받았다. 갑작스럽게 주식을 직접 받고 경영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주말 사이 이 같은 의사를 밝히고 31일 주주총회에서 이를 최종 확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2~3일 만에 인수의 주체가 PEF에서 엔켐 측으로 바뀐 셈이다.
엔켐과 중앙첨단소재는 이니텍 신주도 인수한다. 이들은 1일 294억원을 이니텍에 투입해 주당 7430원에 신주 395만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납입일은 이달 30일이다.
엔켐과 중앙첨단소재는 모두 오정강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오 대표는 두 회사 외에도 광무, 상지건설, 아틀라스팔천 등 여러 회사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니텍을 인수하는 두 회사 실적이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 엔켐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650억원, 순손실 5711억원에 달했다. 2023년에도 매출 4246억원에 순손실 560억원을 냈다. 중앙첨단소재도 적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순손실 182억원, 2023년 484억원, 2024년 768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