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테스트를 위해 첫선을 보인 제품이 초반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본격 성장 단계에는 더 복합적이고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주목받을 수 있지만 그 관심은 거의 1년을 넘기기 어렵다. 더군다나 경쟁사에도 쉽게 노출돼 재빠른 카피 전략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초기의 관심을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핵심 고객층의 재구매와 추천, 신규 고객의 지속적 유입, 커뮤니티 기반의 브랜드 충성도 확보가 필수다. 세심한 구매자 성향 연구가 살 길

먼저 고객 데이터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수집·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좋다’는 반응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미국 소비자들은 제품에 불만이 특별히 많지 않으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그들의 재구매나 지인 추천으로 이어진다고는 담보할 수 없다. 고액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유입한 고객이 입소문을 내주지 않거나 다시 구매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의 수익 구조는 무너질 위험이 크고 다음 단계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구체적으로 고객의 연령대, 직업, 유입 경로, 반응한 광고 메시지, 제품 구매까지 걸린 시간, 구매 목적, 재구매 및 추천 여부와 그 이유 등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는 제품 및 사후 서비스 개선뿐 아니라 광고 채널 결정, 메시지 구성, 고객 관리 방식, 재구매 주기 단축, 추천 유도 전략 등 광범위한 마케팅 전략의 기반이 된다.
예컨대 브리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맞춤 안경은 흘러내리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가 특히 인상 깊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광고를 처음 본 후 약 6개월간 반복적으로 같은 광고를 접한 뒤 매장 방문 예약을 했다는 응답자도 다수 발견했다. 기존 광고는 즉각적인 방문 예약을 유도하는 방식이었지만 이 같은 결과를 파악한 후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처음에는 흥미 유발에 더해 이메일 뉴스레터 가입을 유도했다. 이후 주기적인 이메일 마케팅을 통해 ‘흘러내리지 않는 안경’의 가치를 강조했고, 결과적으로 광고의 효율성과 방문에 걸린 시간을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고객 및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도 장기적인 브랜드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스포츠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미국 유니콘 스타트업 ‘우프(Whoop)’는 프로 운동선수들의 사용 후기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엘리트 스포츠 커뮤니티’라는 고유의 이미지를 구축해 경쟁에서 차별화했다. 비교적 적은 외부 자본으로 10년 만에 미국 전역에 진출한 필라테스 피트니스 체인 ‘솔리드코어(Solidcore)’는 코치들이 수강생의 이름과 특성을 기억하고 수업 중에 이를 직접 호명,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수강생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커뮤니티로 고객 이탈 막을 수 있어
최근 영국의 상장 시계 리테일 그룹에 인수된 손목시계 콘텐츠 플랫폼 ‘호딩키(Hodinkee)’는 전통적인 고급 시계 시장의 위화감 있는 분위기 대신, 시계에 막 입문한 창의적이고 기술에 친숙한 젊은 소비자들을 포용했다.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매출에 집중하기보다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해야만 한다. 정밀한 데이터 분석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기를 바란다.
실야 김 바스트 콥틱(브리즘) 최고사업개발책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