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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칼럼] 개헌, '제왕적 국회'엔 왜 입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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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칼럼] 개헌, '제왕적 국회'엔 왜 입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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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대통령 시절엔 ‘거수기’ 비아냥을 들은 국회가 행정부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도적으로 보장받기 시작한 것은 ‘87 개헌’을 통해 국정감사 등이 도입되면서다. 국회의 힘이 서서히 커져 대통령과 팽팽한 대립 관계를 보인 것은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김대중 정부 때부터다. 여소야대일 땐 더욱 그랬다. ‘마이 웨이’만 외치며 조정력을 상실한 두 권력의 극단적 충돌은 지난 20년간 세 번의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만들었고, 정치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런 만성적 대결 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자며 개헌 주장들이 나온다. 한결같이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갈등 확대 재생산과 입법 교착의 주범으로 보고 힘을 확 빼자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제안된 6개 헌법 개정안도 모두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하자고 한다.


    그런데 제왕적 대통령만 문제일까. 제왕적 대통령 못지않은 권력을 가진 입법부를 손보자는 얘기는 없다. 입법부는 국정감사, 인사청문회에 더해 공직자 탄핵권, 해임건의권, 국정조사권, 상설특별검사 등을 통해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가 쏟아내는 입법엔 견제 장치도 없다.

    국회의원 스스로 행정부 견제 수준을 넘어 지배적인 힘을 갖기 위한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조약 문안의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냈다. 특별사면 전 국회가 심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법안도 발의했다. 중장기 전력 수급 계획의 국회 동의 의무화법안은 정부 정책 결정권 침해다. 입법부가 헌법상 대통령 고유 권한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냈다. 대통령 특검 후보 미임명 시 연장자 임명 간주는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부정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감사원에 대해선 특별감찰 때 계획서를 국회 상임위에 제출해 승인을 얻도록 하고, 감사 결과의 대통령 보고는 폐지하는 이른바 ‘감사완박’ 법안도 발의했다. 감사원도 국회 손아귀에 두겠다는 입법 횡포다.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행의 대행을 포함해 지난 3년간 30번의 탄핵안을 발의한 목적은 뚜렷하다.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 9건 모두 기각과 각하 결과가 나온 데서 보듯, 행정부 견제 수준을 넘어 마비를 노린 것이다. 대법원장 임명권 제한 법안도 발의했는데, 대통령 고유 권한 침해다. 반면 대통령이 국회에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법률안 거부권밖에 없다. ‘87헌법’에서 국회 해산권은 삭제됐고, 비상조치권은 약화됐다.

    국회는 사법부 침탈도 서슴지 않는다. 판사 선출제, 사법부 민주적 통제를 공공연히 외치고 있다. 표적수사 의심 시 재판부 영장 기각을 의무화하는 형사소송법안은 노골적인 재판 개입이다. 특검이 청구한 압수·수색·체포 등 각종 영장만 심사할 전담 법관 지정을 법원에 요청토록 하고, 기소 후 전담 재판부를 지정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명백하게 사법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국회가 정부 시행령을 보고받고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효력을 자동 상실하는 법안은 행정부는 물론 역시 사법부 고유 권한 침해다. 사법부 몫인 시행령의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까지 입법부가 빼앗겠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이라는 3권 분립 정신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국헌 문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회의원 특권은 그대로다. 헌법에 규정된 불체포 특권을 없애겠다고 숱하게 약속했지만, 지금 개헌론을 주장하는 어느 정치인도 이에 대해선 한마디 안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폐기 수락 의사를 밝혔다가 본인 방탄에 써먹었다. 여야 불문하고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놓은 연봉 삭감, 재판 기간 연봉 반납 등 정치 개혁 방안도 제대로 추진된 게 없다. 국회의원 폭행 시 일반인 폭행보다 가중처벌하는 법안까지 추진한다. 그들만의 특권의식에 절어 있다.

    입법부 고유의 권한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견제와 통제가 없는 무한 권력으로 치달아선 안 된다. 3권 분립을 주장한 몽테스키외는 공권력의 상호 견제는 재량이 아니라 법의 정신에 따른 의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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