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전북 군산 어청도에선 1시간 동안 146㎜의 비가 내렸다. 군산시 연 강수량(1246㎜)의 10%가 넘는 비가 1시간만에 쏟아져 내렸다. 환경부에 따르면 1907년 강우관측 역사상 최대 강우 강도였다. 경기 파주시에선 같은 달 한달 간 871㎜의 비가 내렸다. 한달만에 연 강수량(1295.8㎜)의 절반을 훌쩍 넘는 비가 집중됐다. 폭우로 인한 수해도 증가했다.다른 한편에선 가뭄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10년 중 100일 이상 가뭄이 나타난 햇수는 5회로 다른 기간(10년 당 0~2회)의 2배를 넘었다. 특히 2022년 전남 지역의 가뭄은 227일 간 이어져 1974년 가뭄 관측 이래 가장 긴 가뭄으로 기록됐다.
◇ 폭우·가뭄 반복되는 이상기후
환경부는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역단위의 종합적인 수자원관리계획이 필요가 있다고 보고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처음으로 수립했다.이 계획은 수자원법 18조에 따라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유역물관리종합계획’과 연계해 이·치수 등을 분석·평가한다. 오는 2030년까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5대 권역의 효과적인 물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은 이수관리와 치수관리로 나뉜다. 이수관리계획을 통해서는 물수급 분석을 통해 물 부족 지역을 평가하고, 물 부족량 해결을 위한 수자원의 배분·공급·관리계획을 수립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생활과 공업에 필요한 물은 연간 105억6000만톤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1년 이용량과 비교하면 10억4000만톤(10.9%) 증가했다.
환경부는 미래 물수요량과 한국의 물공급 체계 기반의 공급량 분석결과 극한 가뭄시 생활·공업용수가 연간 7억4500만톤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22~2023년 극심한 가뭄을 겪은 영산강 유역은 이수안전등급이 평균 3.4등급으로 가장 낮았다.
치수관리계획은 홍수를 막는 계획이다. 치수안전도 평가 결과 이 역시 영산강 권역(3.6등급)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환경부는 이번에 수립한 이수 및 치수 관리계획을 통해 이수안전도와 치수안전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취수장 확충 등 기존 수자원 활용, 해수 담수화 등 대체수자원확보 등을 통해 물공급을 늘리고, 저수지 수문설치, 천변 저류지 설치 등을 통해 홍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 기후대응댐 9곳 더 짓는다
환경부는 수요관리, 대체수자원 개발 등 당장 적용 가능한 대책을 통해 물 부족량이 모두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는 물부족량 7억4500만톤 중 82%만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 18% 부족분을 공급하기 위해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일 확정된 후보지는 총 9곳이다. 아미천댐(경기 연천군), 산기천댐(강원 삼척시), 용두천댐(경북 예천군), 고현천댐(경남 거제시), 감천댐(경북 김천시), 가례천댐(경남 의령군), 회야강댐(울산), 운문천댐(경북 청도군), 병영천댐(전남 강진군)이다.환경부는 당초 14곳을 후보지로 발표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9곳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댐 공사가 완료되는 때는 2035년께로, 본격적인 댐 운영은 준공 후 1∼2년이 지난 시점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 부족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국가간, 지역간 물 분쟁이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일강, 요르단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갠지스강, 메콩강 등이 대표적인 물 분쟁 지역이다.
◇ 물 부족은 세계적 현상
환경부에 따르면 전세계 상장기업의 물 리스크에 따른 잠재적 재무영향은 392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가뭄으로 인한 TSMC 공장 셧다운 위기, 태풍 힌남노로 134일간 공장 가동 중단 사례 등 실제 기업에 직간접 피해를 초래한 사례도 많다.물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간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국제연합(UN)은 2023년 제 2회 ‘UN 물 콘퍼런스(Water Conference)’를 개최했는데, 지난 1977년 이후 46년 만에 두번째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선 전세계적으로 수자원의 수요량과 공급 가능량 간 차이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강조됐다. 기후변화가 전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물그릇(Water Storage) 확보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환경부는 오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진행되는 각종 행사에서 수자원 확보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올해 물의 날 행사 주제를 ‘기후위기 시대, 미래를 위한 수자원 확보’로 정했다. 21일 경기 킨텍스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와 물관리 정책 세미나 등을 통해 주제를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후위기로 인해 복잡·다양해지는 물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공급을 위해 기후대응댐 등 신규 ‘물그릇’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