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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되면 금방 회수"…'1년 5000만원' 기숙학원에 N수생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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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되면 금방 회수"…'1년 5000만원' 기숙학원에 N수생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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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로 약 80㎞ 달리자 경기 이천 호법면의 G기숙학원이 나타났다.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건물 내부는 단체복 차림의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월 400만원에 달하는 교습료를 내고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학생들이다. 목표는 ‘의대 합격’이다.

    요즘 기숙학원은 ‘공실 없는 호텔’로 불린다. 삼시세끼 식사부터 침실 청소와 옷 세탁 서비스, 체육 전공자의 헬스트레이닝까지 제공된다. 건물 출입구에는 5성급 호텔에나 있을 법한 우산 무료 대여 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오로지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학생을 끌어모으고 있다.


    ◇ 의대 열풍에 기숙학원 호황
    ‘사교육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기숙학원이 ‘의대 열풍’과 맞물려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과거에는 공부에 의욕이 없는 학생들을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하기 위해 부모가 강제로 보내는 학원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서울 목동의 한 대형 학원 원장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학업에만 몰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G기숙학원은 2019년 설립 이후 정원 1200명 가운데 1000명이 입소하는 등 매년 80% 넘는 수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선발 기준을 충족한 학생만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만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최상위권 입시에서는 실수하지 않는 훈련이 잘 이뤄진 n수생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각 대학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의과대학 정시모집 결과 합격자 1171명 중 929명(79.3%)이 n수생이었다. 서울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의대에 가려면 ‘라군’은 기숙학원에 지원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 연 5000만원에도 사실상 만실
    기숙학원 연간 기준 학원비는 500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기숙학원이 호황을 맞은 데는 ‘의사=고소득이 보장되는 평생직장’이란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학원에서 만난 한 간호대 휴학생 A씨(23)는 “5000만원은 나중에 의사 면허만 따면 금방 회수할 수 있다”며 “그 어느 국내외 명문대를 나와도 의대만큼 미래를 보장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과학계열 학과 졸업 후 기숙학원에 등록한 B씨(24) 역시 “같은 전공 동기나 선배들을 보니 높은 연봉을 받지 못하더라”고 했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n수생이 급증한 것도 학원가에는 호재가 됐다. 기숙학원이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한 입시 학원들은 앞다퉈 기숙학원을 인수하거나 새로 지으며 n수생 잡기에 나섰다. 대치동 학원업계 신흥 강자인 시대인재는 지난달 경기 용인에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학원을 개원했다.
    ◇ n수생 사교육비 통계에도 안 잡혀
    전문가들은 의대 열풍과 n수생 증가가 맞물려 사교육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n수생과 경쟁하기 위한 고등학생들의 사교육 비용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원으로 전년(49만1000원)보다 5.8% 늘었다. 특히 의대 선호도가 높은 성적 상위 10% 이내 고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5000원으로 전년(61만6000원)보다 8.1% 증가했다.

    학군지 고등학교에서는 한 반에 5~6명을 제외하고 모두 재수를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n수생 사교육비 통계는 따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n수생 사교육비 통계에 대한 시범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후 준비가 미흡한 학부모가 교육비를 과도하게 지출할 경우 자식이 부모의 유일한 노후 대책이 되고, 이는 세대 간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천=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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