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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흩어진 흔적 속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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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흩어진 흔적 속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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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허자의 등장인물들은 엄혹한 현실 속 자유롭지 못한 신세입니다. 하지만 젊은 시절 꾸던 이상을 수십년이 지난 시점에도 좇고 있어요. 보허자가 담고자 하는 건 인간의 자유로운 갈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요."(국립창극단 소리꾼·배우 김준수)

    오는 13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에서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보허자: 허공을 걷는자'가 펼쳐진다. 창극단의 올해 첫 작품이자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는 김준수(안평)와 민은경(안평의 딸 무심)을 지난 11일 만났다.


    보허자는 단종을 몰아내고 수양대군이 세조가 된 '계유정난'부터 극이 시작한다. 계유정난으로 희생된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이 주인공이다. 안평을 비롯해 실록에 실재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역사에는 안평이 희생됐다고 기록됐지만 배삼식 작가는 안평이 어딘가 조용히 살아있었을 것으로 가정하고 안평이 사라진 27년 후의 이야기를 썼다. 안평의 꿈을 그려낸 '몽유도원도'의 화가 '안견', 안평의 애첩 '대어향', 그리고 안평의 딸 '무심' 등 실록에 등장만하는 이름에 작가의 상상력이 입혀졌다.




    국립창극단 입단 동기 김준수와 민은경은 여러번 호흡을 맞춘 사이다. '리어'를 통해서도 아버지(리어)와 딸(막내딸)로 연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리어 속 부녀와 다르게 보허자 속 딸은 곁에 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아버지는 딸에게 차마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채 동행하면서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민은경은 "사랑하는 이의 흔적을 찾으며 위태로움을 겪는 내면 연기가 쉽지 않았다 "고 고백했다.

    실록 속 두 글자로만 존재하는 '무심'에 대해 민은경은 어떤 인물로 형상화했을까. "계유정난을 깊이 공부했고, 안견박물관에서 진짜 몽유도원도도 봤죠. 아버지(안평)가 살았던 곳도 답사했어요. 27년 종의 신세를 견뎠다는 설정에는 어떤 요소에도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성격을 가진 인물일 거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민은경은 입단한 이래 소년, 소녀 역을 맡아왔다. 작은 거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보허자에서는 자신의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비로소 하게 됐다고 했다. "지금까지 맡았던 인물하고 무심은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요. 성격도, 나이도. 무심을 통해 내가 아직도 쌓아가야할 게 많다는 걸 느껴요."




    김준수는 신선계를 꿈꾸던 안평을 그리기 위해 "발성도, 연기도, 노래도 한층 부드럽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응축된 감정을 폭발하는 씬은 거의 없다"며 "감성적이고 미의식이 높은 인물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극 중 안평은 80대이지만 노인처럼 보이려는 연기보다는 30대인 자신의 나이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방법을 취한다고 덧붙였다.


    처음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 두 사람은 '대본이 아닌 시집과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민은경은 "창극 속 대사로 쓰이는 말들이 아니었어요. 제가 평소 내뱉지 않는 단어들도 많았고요. 익숙해지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시를 묵독으로 읽는 것과 낭독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대본집을 통해서 깨달았습니다(웃음)." 민은경은 잠자면서도 노래를 할 정도로 극중 노래에 푹 빠졌다고 했다.




    보허자의 무대 또한 기존 공연과는 차이가 있을 예정이다. 심한 경사를 활용해 고단한 인생길을 형상화했다. 경사진 무대를 운용하는 것은 배우들에게도 거의 처음있는 일이다. 민은경은 "잘 걷고, 잘 뛰고, 노래까지 해야하니까요. 감독이 지시한 동선 안에서 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그 길위에 있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김준수는 "자신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이번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관객들이 답답하지 않도록 어떻게 이를 잘 전달할지 배우들과 항상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은 "연습 초반에는 할 때마다 정말로 허공을 걷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김준수는 "어떤 내용을 각색한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이야기로 쓰여진 것이라서 참고 자료도 드물었다"며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연기의 완급 조절도 실시간으로 이뤄졌을 정도"라고 했다.


    민은경은 '보허자'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허공을 걷는 자라는 건 결국 신선을 의미하겠죠. '보허자'가 인생의 무상함, 허무함만을 이야기하는 공연으로 생각되지 않길 바라요.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이 잊고 있던 꿈을 발견하게 되고, 희망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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