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균관대에 입학한 박모 씨는 경기 군포시 산본동에서 서울 혜화동까지 1시간30분 걸려 통학하고 있다. 본가가 충북 제천이라 당연히 기숙사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탈락했기 때문이다. 혜화동 인근 원룸도 알아봤지만 월세 급등으로 적당한 집을 찾지 못해 친척 집에 머물게 됐다. 그는 “대학에 합격하면 서울 생활이 순조로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캠퍼스 근처에 방을 구하는 게 목표지만 적당한 곳을 찾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3월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대학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대학 기숙사 수용률이 낮아 입사 신청을 해도 선발되기 어렵다.
12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대학의 기숙사 평균 수용률(전체 재학생 대비 기숙사가 수용 가능한 학생 비율)은 23.4%다. 수험생들 선호도가 높은 서울 소재 10개 대학(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가운데 여섯 곳은 수용률이 10%대에 그쳤다.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 비용이 저렴한 공공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학생 수요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동소문 행복기숙사의 지난해 1학기 신규 모집 경쟁률은 14.2 대 1에 달했다.
기숙사에 떨어진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 원룸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전세 대란’ 이후 월세가 급등한 탓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전년 동월 대비 6.1% 오른 60만9000원이다. 같은 기간 평균 관리비도 8.1% 올라 7만8000원을 기록했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지만 기숙사 신축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게 대학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오랜 기간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난을 겪는 상황에서 신규 부지를 매입하고 공사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학령인구 감소 추세까지 장기화할 전망이라 기숙사 확충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이 기숙사 신축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지역사회와의 갈등 해소 과정에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양대 사례가 대표적이다. 학교는 2015년 1198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를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룸 운영을 생계 기반으로 삼는 주민들이 생존권 위협을 우려하며 강력히 반대했다. 오랜 갈등 끝에 학교는 2021년 착공했고 신축 기숙사는 올해 3월에야 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인하대는 지난해 신축 기숙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로 기존 기숙사를 폐쇄하는 쪽으로 합의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이에 반발해 학생복지주택(학생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