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보 vs 위니비니, ‘곰 젤리’ 둘러싼 소송전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부(재판장 이혜진 판사)는 지난달 14일 젤리 브랜드 ‘위니비니’를 운영하는 씨믹스가 “곰 젤리가 하리보의 상표권을 침해했는지 판단해 달라”며 하리보 곰 젤리의 국내 상표권자인 리고 트레이딩을 상대로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상표) 소송에서 특허심판원 심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하리보는 1922년 세계 최초의 곰 젤리 ‘춤추는 곰’을 출시한 업체다. 이 회사는 곰 젤리를 1960년에 ‘골드베렌’으로 리브랜딩 한 후 1978년 모양을 수정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하리보는 ‘골드베렌’을 비롯해 콜라병, 지렁이, 거북이 등 다양한 형태의 젤리를 전 세계 12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하리보 측이 2022년 9월경 씨믹스, 네슬레 등 국내에서 곰 젤리를 유통하는 업체들에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며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면서 시작됐다. 하리보는 2016년 곰 젤리의 입체상표를 국내에 등록했다. 입체상표란 3차원 형상의 상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빙그레가 판매하는 ‘바나나맛 우유’의 단지 모양 용기가 있다.
이에 씨믹스는 자사가 판매하는 곰 젤리가 하리보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기 위해 2023년 특허심판원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이 심판은 특정 제품이 기존의 특허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지를 확인받아 향후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절차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하리보의 손을 들어주며 씨믹스의 곰 젤리가 하리보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심판원은 “하리보 곰 젤리는 일반적인 젤리 모양과 달라 독자적인 식별력이 인정된다”며 “위니비니 곰 젤리의 외관은 하리보 제품과 유사한 인상을 준다”고 인정했다.
특허법원 “곰 형태만으론 상표권 침해 아냐”

그러나 특허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젤리가 단순히 곰 모양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리보 제품과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까지 유사해야 침해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등록상표의 권리 범위는 ‘곰 모양 젤리’라는 개념 전체에 미칠 수 없다”며 “입체상표로 등록된 구체적인 표현 방식에 한정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하리보 곰 젤리의 특징으로 크게 웃는 얼굴, 똑바로 서 있는 형태, 두툼한 윤곽선을 들었다. 반면, 씨믹스의 곰 젤리는 무표정한 얼굴에 다리를 앞쪽으로 튀어나오게 앉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디자인도 더 둥근 형태를 띠고 있어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곰 모양 젤리의 판매 방식에도 주목했다. 씨믹스가 운영하는 위니비니는 소비자가 여러 종류의 젤리를 직접 골라 담을 수 있도록 하고, 포장에 위니비니 로고를 표시한다. 하리보 역시 자사 로고가 부착된 포장에 곰 젤리를 넣어 유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상품의 출처에 대한 오인·혼동 가능성을 판단할 때 단순한 모양뿐만 아니라 포장, 브랜드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젤리의 형태가 아니라 포장에 표시된 로고를 통해 브랜드를 인식한다고 판단했다.
하리보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