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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얼굴과 피부를 원해"…여자로 다시 태어난 마약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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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얼굴과 피부를 원해"…여자로 다시 태어난 마약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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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얼굴과 피부를 원해. 자연은 허락하지 않는 나의 진짜 삶을.”

    프랑스의 거장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연출한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에서 주인공인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수장 마니타스(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분)는 이렇게 말한다. 문신을 깊게 새긴 얼굴에 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 백금으로 덮인 치아, 덥수룩한 턱수염, 나무껍질처럼 거친 손등까지….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남자지만 그가 진실로 원하는 건 여자의 몸이다. 생각이란 걸 처음 한 순간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중년이 돼서야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오는 1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그렇게 시작한다. 능력은 있지만 돈이 없는 변호사 리타(조이 살다나 분)는 마니타스의 조력자다. 성전환 수술을 담당할 의사를 구하고 마니타스의 죽음을 위장한다. 그렇게 수십 년을 함께 산 가족도 모르게 마니타스는 에밀리아 페레즈로 다시 태어난다.


    페레즈는 평생을 염원한 인생을 얻었지만, 기쁨은 잠시일 뿐. 운명을 거슬러 사들인 행복의 유효기간은 짧다. 페레즈는 변화한 삶에도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은 욕심에 수술한 지 4년 만에 자신을 마니타스의 친척이라고 속인 채 아내 제시(설리나 고메즈 분)와 기이한 동거에 나서고, 다른 남성을 사랑하는 아내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끼면서도 다른 여자와의 만남을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란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건 서사만이 아니다. ‘디판’(2015)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오디아르 감독이 처음 시도한 뮤지컬 영화라서다. 심오한 내용의 작품인 만큼 음악과 극의 흐름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느냐가 관건인데, 여기서 감독의 세밀한 연출이 돋보인다. 노래가 나오는 부분에서 배경으로 깔리는 반주 소리가 대체로 크지 않아 배우가 대사에서 가사로 전환할 때 어색한 느낌이 덜하고, 특별한 선율 없이 규칙적으로 이어지는 비트에 독백을 읊듯이 진행되는 구간은 최면에 빠지는 것 같은 특별한 감정마저 불러일으킨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지만 프랑스 감독이 제작했고 대사가 스페인어로 쓰였다는 것도 대담한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작품은 등장인물의 대사, 행동만 보고 추측해야 하는 메시지가 많은 편인데, 노래를 통해 감독이 강조하고픈 구절을 끊임없이 쏟아내니 오히려 영화 전체의 전달력이 흐려지는 면이 있다.


    현지 외신 반응도 갈린다. “눈 한 번 깜빡이지 못할 것”(뉴욕타임스), “열광적이고 재밌게 멕시코 카르텔을 다룬 뮤지컬”(가디언) 같은 호평도 있지만, “화려한 표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뮤지컬”(더뉴요커), “큰 아이디어, 웅장한 주제 등을 거친 뒤에도 관객에게 남은 게 거의 없다”(AP) 등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남미에선 멕시코를 범죄의 온상처럼 그렸다는 지적이 나왔고, 어색한 스페인어로 이뤄진 대사에 불만도 제기됐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이달 초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최다(13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 수상에 그쳤다. 지난해엔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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