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상법 개정을 두고 “국제표준에 맞추는 것인 만큼 막기 어렵다”고 설명한 점도 부적절하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한 나라는 없다는 사실관계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상법 개정과 교환이라도 할 듯이 ‘배임죄 폐지’를 언급한 점도 외려 걱정을 더한다. 배임죄는 그 자체로 폐지나 대폭 개정이 시급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영국에선 배임죄 처벌 규정 자체가 없고, 독일과 일본 역시 처벌 규정이 한국보다 훨씬 가볍다. 배임죄 ‘폐지’도 아니고 ‘폐지 검토’를 불쑥 흘리니 상법 개정 강행을 위한 미끼용이라는 의구심만 커진다.
이 대표는 ‘대타협 물꼬를 터 달라’며 류진 한경협 회장이 요청한 ‘반도체 주 52시간 특례’도 거부했다. ‘이대로는 경쟁하기 힘들다’는 경제 현장의 목소리가 빗발치는데도 “현행 제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민주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말씀을 달라”며 낮은 자세를 보였지만 결국 입맛에 맞는 특정 견해만 선택적으로 수용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의견을 듣겠다’며 경제단체를 방문하고는 자신들의 결론을 통보하듯 하는 사례가 또 반복됐다. 이번 회동은 ‘우클릭’ 선언 후의 일이라 더 실망스럽다. ‘트럼프 쓰나미’에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살얼음판이다. 이 대표는 한경협을 방문하면서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연합체인데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고도 이런 결말을 접하니 경제계는 당혹스러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