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현안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충돌했다. 2년여 만에 성사된 면담은 부산시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국회 통과와 산은 이전에 대한 해결 없이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남기고 8분 만에 마무리됐다.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항만공사 부산항 신항에서 이 대표와 박 시장의 면담이 열렸다. 이날 면담은 모두 발언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박 시장이 "민주당이 추진 중인 북극항로 개척도 중요하지만, 산업은행 이전과 부산 특별법이 시급하다"고 말한 데 대해 이 대표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 무드, 중국의 급부상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으므로 북극항로 개척의 중요성도 시급하다"고 맞받아쳤다.
면담 장소에서 일어난 신경전은 그동안 부산시가 추진해왔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관련 법 개정 대신 민주당이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면담이 끝난 뒤 박 시장은 브리핑을 열고 "이 대표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부산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현안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북극항로 개척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자리를 떴다"고 비판했다.
이날 동석한 부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면담에 함께 배석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부산 북구갑)이 특별법과 산은 이전 등 지역 현안에 관해 설명하려 하자 이 대표는 "들을 시간이 없다"며 급히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북극항로 개척은 중요하지만, 항로 등을 연구하고 주변 국가와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는 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은 의지만 갖추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갈 청사진을 부산시에 당장 떨어질 과실로 포장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연 공식 브리핑에서 "수도권 일극체제로 부산의 위상이 추락했다"며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부산이 중심이 돼야 하며, 2030년이면 열리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극항로 개척이 부산 위상 회복을 향한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시장의 브리핑에 대해 민주당 부산시당은 "사전에 북극항로 개척 이야기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한 자리였다"며 "부산 금융 및 산업발전 방안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