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교섭 과정 중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와 관련해서 원색적인 요구를 해서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조 간부 세미나 비용을 지원해 달라", "노조위원장 개인차량 제공해 달라", 심지어 "노조 간부들 술자리에 노사 담당임원을 불러 술값 계산해라"는 등 각양각색이다. 최근에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소수노조나 신설노조가 노조운영비 지원에 대해 진정이나 고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많아 현업에서 노조운영비와 관련한 분쟁이 타 노조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과연 노조에 대한 운영비 원조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법률 및 판결례 변화과거 대법원은 구 노조법 제81조 제4호 단서에서 정한 예외[①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②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를 벗어나서 주기적이나 고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해석된다고 하여, 운영비 원조에 대해 엄격한 입장이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다72046 판결,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1두13392 판결).
그러다가 헌법재판소는 2018. 5. 31. 운영비 원조금지 조항은 노조법 제81조 제4호 단서에서 정한 두 가지 예외를 제외한 일체의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운영비 원조 행위까지 규제하고 있으므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헌재 2012헌바90).
그 후 노조법이 개정되면서,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이나 노조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면서도 제81조 제1항 제4호 단서를 개정하여 “그 밖에 이에 준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는 예외로 한다”고 하면서 구 노조법보다 원조비 지원의 예외를 허용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제2항을 신설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 여부를 판단할 때의 고려사항으로 “운영비 원조의 목적과 경위, 원조된 운영비 횟수와 기간, 원조된 운영비 금액과 원조방법,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방법 및 사용처 등”을 명시했다.
#노조운영비 원조의 리스크 판단 기준현업에서는 여전히 노조운영비 원조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해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헌법재판소 결정, 판결례, 노조법 내용을 바탕으로, 노조 운영비 지원의 리스크 판단기준을 표로 정리해 보면 아래 내용과 같다.
구분 자주성 침해 위험 높음 자주성 침해 위험 낮음 운영비 지원 경위 -사용자가 자발적 지원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용자가 협상카드로 제안 -노동조합의 적극적 요구
-단체교섭 중 노조가 중요 이슈로 제기 운영비 지원 목적 -복리후생과 무관
-노조임원 지원(노조간부 차량, 통신료, 주거비 등) -조합원 전체 복리후생(학자금, 경조사비 지원 등)
-노조의 노무관리업무 대행에 대한 지원 지원된 운영비 횟수와 기간 -지원 횟수가 많거나 기간이 장기 -지원 횟수가 일회성이거나 지원기간 단기 운영비 원조 금액 -지원된 운영비 금액이 과다 -지원된 운영비 금액이 소액 노조 총수입 중 원조운영비 비중 -높음 -낮음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방법·사용처 -지원받은 운영비를 노조간부가 재량으로 관리
-사용처 관리 안되고, 특정 노조 간부·조합원만 사용
-원조 목적에 따른 지출이 있지 않았음에도 계속 지원
-운영비 원조 목적과 다른 사용처에 사용 -지원받은 운영비를 노조 차원에서 관리
-사용처 투명 관리되고 조합 전체를 위해 사용
-운영비 원조 목적에 따른 지출이 발생하여 지원
-운영비 원조 목적과 동일한 사용처에 사용 운영비 원조 이후 정황 -운영비 원조 이후 노조가 사용자 입장 대변 -운영비 원조 이후 노조의 큰 입장 변화 없음
#최근 하급심 판례의 태도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여 지원한 행위는 이미 노조법을 위반한 것이라 예외 없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 법원 역시 노동조합법,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상 급여 지원 행위와 운영비 원조행위는 그 금지의 취지와 규정의 내용 등이 다르다고 보면서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확인할 필요 없이 위법이라고 판단하고(서울행정법원 2024. 10. 24. 선고 2023구합66894 판결), 단체협약 등 노사간 합의에 의한 경우에도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2다8239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근로시간면제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과다할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법원은 그 판단기준에 대해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되지 아니하고 일반 근로자로 근로하였다면 해당 사업장에서 동종 혹은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동일 또는 유사 직급·호봉의 일반 근로자의 통상 근로시간과 근로조건 등을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이나 지급 기준을, 사회통념상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할 정도로 과다한지 등의 사정을 살펴서 판단’한다고 본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4두11137 판결).
단체협약으로 전임자에게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동일·유사 직급·호봉의 일반 근로자에 비해 월 100만원 정도 많은 급여를 지급하고 월 80만원 직무수당을 추가로 지급한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적 범위를 초과했다고 판단했다(대전지방법원 2019. 10. 16. 선고 2018구합105704 판결). 노조전임자에게 월 20~40만원 정도를 초과지급한 것도 과도한 운영비 원조로 보아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9. 1. 31. 선고 2018고정147 판결).
또한, 노조 간부들 개인에게 금전적 혜택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노조 자체에 과도하지 않는 금전 지원은 부당노동행위 가능성이 그 보다는 낮다. 노조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친목도모 및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연수비용을 상급단체의 요청을 받아 5회에 걸쳐 1,365만원을 지원한 사례에서, 이러한 비용은 노조 위원장의 활동비이고 노조 운영비인데 3년 이상에 걸쳐 주기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노조 자주성을 잃게 할 위험성을 지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18. 선고 2017노1500 판결). 위 판결은 비록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나오기 전의 것이기는 하지만 노조대표 개인에게 금전을 지원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사점이 높다.
반면에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조합 자체의 운영비로 연 1,500만원을 지원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전지방법원 2024. 11. 6. 선고 2023가단257218 판결). 단체협약을 통해 매년 2회에 걸쳐 350만원씩 총 700만원을 지원한 사례에서 검찰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불기소처분을 하기도 했다(해당 사례는 대학교에서 복수노조가 생기면서 신설노조가 과반수노조에게 지급된 학교의 지원비가 부당한 경비원조라고 주장하며 고소한 사건이었다).
노조전임자가 택시회사의 노무관리 지원 업무(근로자들의 고충사항 해결, 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 등의 해결 및 신규 운전기사에 대한 교육 등)를 일부 수행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여 이러한 지원업무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노조전임자에게 법인차량을 제공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전지방법원 2023. 1. 12. 선고 2021구합1086 판결).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전임자에게 개인차량을 제공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반면 노조가 업무용으로 사용할 차량을 회사가 제공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여전히 노조운영비와 관련해서는 현업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소수노조에 의한 진정이나 고소가 빈번해지고 있어서 최근 판례의 태도 등에 유의하여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