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실적 좌우하는 GA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GA는 다음달부터 삼성생명 상품 판매 시 설계사에게 시책(인센티브)을 13차월(계약 체결 이후 13개월이 지난 시점)로 이연 지급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미 대형 GA에선 지난 17일부터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상품 교육에서 삼성생명을 배제했다. GA업권은 삼성화재 등 다른 대형 보험사에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GA업권이 보험사를 상대로 보이콧에 나선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판매 수수료 개편’이 있다. 작년 12월 당국은 수수료 3~7년 분할 지급, GA 설계사 1200% 룰(첫해 수수료 월 보험료의 12배 이하 제한) 적용, 수수료 정보 공시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발표했다.
GA업계는 당국의 개편안이 발표된 뒤 “설계사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대관 영향력이 큰 삼성생명에 “개편안에 반대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대응이 미온적이자 GA가 일종의 무력 시위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GA가 특정 보험사를 단체로 보이콧하는 건 공정거래법상 담합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보험사와 GA 간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가 어떤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지가 실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과거와 달리 GA가 보험사에 완전한 ‘갑(甲)’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GA, 소비자 보호 외면”
전체 판매채널 가운데 GA 규모가 전속설계사를 넘어선 지 오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GA 소속 설계사는 28만5000명으로 1년 만에 10.0% 증가했다. 전체 설계사 가운데 GA 비중은 43.9%에 달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GA를 통한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은 50% 수준으로 전속설계사,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등을 통틀어 가장 높다.GA가 지금처럼 덩치가 커진 것은 역설적으로 보험사의 암묵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상품 판매에 따른 책임과 설계사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판(제조·판매) 분리에 나섰다.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시책은 전속설계사보다 통상 300~500%포인트(초회보험료 기준)가량 많다. 특히 대형 GA일수록 보험사로부터 더 많은 시책과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는 이 같은 수수료가 고객 보험료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GA의 부실한 내부통제 체계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GA 설계사 한 명이 39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41건의 기존 계약을 소멸시키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보험사가 GA 등 판매채널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방치하는 등 단기 실적 만능주의가 확산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거나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