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4000번째 신장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1969년 3월25일 전신인 명동 성모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한 이래 56년 만이다.
4000번째 환자인 60대 이모씨는 유방암 수술 후 2023년 정기검진 중 신장기능이 저하된 것을 발견했다. 신장(콩팥) 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사구체신염으로 진단돼 2024년부터 인공신장실에서 신장투석을 시작하게 됐다. 콩팥 기능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부터 자신의 콩팥을 나눠주겠다고 선뜻 기증자로 나서준 여동생의 생명 나눔으로 지난 5일 생체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 18일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로 새 생명을 얻어 40년 이상 건강한 생활을 하는 환우는 8명, 30년 이상은 69명, 20년 이상은 185명이다. 이 중 신장이식 후 가장 오래된 환자는 60대 남성 환자로 이식 후 43년째 새 삶을 살고 있다. 이식 신장의 10년 생존율은 1970년대 23%에서 2010년대 78%로 향상됐다.
신장이식 수술이 활성화된 주요 요인은 혈액형 부적합 이식수술뿐 아니라 재이식(2·3차 이식 등), 면역학적 고위험군 환자 이식, 난치성 혈액 질환자에서의 이식, 면역관용유도 이식과 같은 고난도 수술까지 의술의 영역을 확장한 데 있다.
이를 위해 혈관이식외과, 신장내과, 비뇨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신장병리과 및 장기이식센터의 전문 코디네이터 팀이 유기적인 다학제팀을 구성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서울성모병원은 설명했다.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부적합할 경우 이식 후 이식받는 사람의 몸속 항체가 거부 반응을 일으켜 이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거부 반응을 억제시킬 수 있는 항체주사와 혈액 속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교환술 개발로 혈액형 부적합 이식이 가능해지면서 병원은 고난이도 신장이식인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최근까지 450례 실행했다.
이는 과거에 혈액이 맞는 공여자가 없어 이식할 수 없었던 환자들에게까지 이식 기회를 넓히게 됐고 형제자매보다 혈액형이 다르기 쉬운 부부이식의 증가로도 이어졌다.
고도 감작된 환자에서의 탈감작 치료 후 신장이식도 고난도 수술 중 하나다. 서울성모병원은 혈액 내 항체를 제거해 이식이 어려운 환자의 이식을 가능하게 하는 탈감작 프로토콜을 구축해 고도 감작으로 신장이식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도 건강한 삶을 찾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장기이식센터는 간·신장 동시 이식, 난치성 혈액 질환자에서의 이식 및 면역관용유도 이식과 같은 고난이도 이식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 축적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매년 신장 이식 연구 관련 SCI급 논문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고 다수의 해외 학술대회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순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은 “앞으로도 장기이식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인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