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1일 08: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박근범 아시아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다시 발을 들인다. 박 회장은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 밑에서 일했던 인물로 코스닥 투자와 부동산 개발로 수천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진 재력가다. 그는 재작년 원 회장한테서 초록뱀인베스트를 인수한 이후 코스닥 시장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스튜디오스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청담인베스트먼트와 케이엔티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 SM스튜디오스와 SM엔터테인먼트재팬이 보유한 지분 33.7%의 매각가는 약 37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매각 주관사는 딜로이트안진이다.
키이스트의 인수 후보로 등장한 청담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초록뱀인베스트먼트다. 지분 100%를 보유하던 초록뱀컴퍼니가 2023년 아시아홀딩컴퍼니에 지분 전량을 넘기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는 아시아금융그룹의 계열사인 코스닥 상장사 네오크레마(60%)와 비비씨(40%)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박 회장은 가족들과 함께 그룹 지주회사 격인 아시아홀딩컴퍼니 지분 100%를 지배하고 있다.
원 전 회장은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 씨와 함께 빗썸 관계사인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의 CB를 활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황이다. 원 전 회장은 언론 보도 등으로 통해 강 씨와의 관계가 알려지자 2023년 3월 초록뱀컴퍼니가 보유한 초록뱀인베스트먼트 지분 전량을 아시아홀딩컴퍼니에 넘겼다.

박 회장은 오래 전부터 원 전 회장과 인연을 맺어왔다. 여러 건의 투자를 함께한 투자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는 원 전 회장과 홈캐스트, 포인트아이(현 엔에스이엔엠), 에너지솔루션(현 HLB생명과학), 루보(현재 상장폐지) 등에 함께 투자했다. 박 회장은 초록뱀미디어의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박 회장은 주식시장에서 번 돈으로 부동산 개발에 나서 원 전 회장 못지 않은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금융그룹은 명동과 제주도, 강원도 정선에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청담동과 을지로 일대에 부동산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선 박 회장이 재작년 원 전 회장으로부터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인 초록뱀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한 뒤 다시 코스닥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23년 푸드테크 기업 네오크레마에 이어 작년에는 네오크레마를 통해 비비씨를 인수했다. 이번에 키이스트 인수까지 나선 것이다.
박 회장은 키이스트와 인연이 있다. 과거 키이스트 계열사였던 일본 KNTV 등기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배용준 씨가 키이스트 대주주였던 2014년 무렵이다. 당시 키이스트에 KNTV 지분을 넘긴 게 현재 원영식 전 회장 가족이 지배하는 오션인더블유(당시 승화산업)다. 당시 승화산업의 최대주주는 대안합명회사이고, 이 회사의 대표사원은 박 회장이었다.
박 회장이 다시 엔터업계로 복귀하자 엔터업계에선 박 회장이 엔터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원 전 회장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원 전 회장은 엔터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며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초창기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 그 이후 코스닥 'CB 공장'에 집중 투자하면서 차익실현하는 원 전 회장의 투자 방식에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회사가 망가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편 2023년 말 보석으로 석방된 원 전 회장도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말엔 원 전 회장의 아들인 원성준 씨를 앞세워 코스닥 상장사 지오릿에너지가 발행한 CB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엔 코스닥 상장사 맥스트가 발행한 CB를 인수한 투자조합에 출자하기도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