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지난달 21일 찾아간 도쿄 신주쿠 쇼핑거리의 게이오백화점에선 지팡이를 짚고 쇼핑하는 노인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안내데스크에선 노인을 위한 휠체어를 빌려줬다. 매장 내 의자는 고령자에 맞춰 낮았고, 화장실 곳곳에 거동을 돕기 위한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백화점은 8층 전체를 시니어 전용 매장으로 꾸며 각종 건강식품과 보조기구들을 큼직한 글씨로 소개했다. 한 종업원은 “몸 상태에 맞는 차를 한번 마셔보라”며 고령 고객들의 혈압 측정도 도와줬다.
도쿄 북쪽에 있는 스가모 지조도리는 ‘노인들의 하라주쿠’로 불린다. 젊은이들의 패션과 문화 거리인 하라주쿠에서 따왔다. 800m 거리 양옆을 따라 노인들이 선호하는 옷 가게, 생활용품점 등이 죽 늘어져 있다. 차도와 인도 사이 턱이 없어 자전거나 전동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다니는 노인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마사지숍은 백발의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상점 직원은 “원래 이곳은 아픈 곳을 낫게 해준다는 지장보살을 모시는 고간지(高岩寺)라는 사찰에 노인들이 모이면서 상권이 시작됐다”며 “최근엔 ‘뉴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젊은 손님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시니어들에게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도 많다. 쓰마쓰비시백화점은 시니어 고객을 위해 명품 신발과 가방 등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트럭을 운영한다. 인구가 적어 백화점이 없는 미에현 남서부, 기후현 등으로 가서 제품을 판매한다. 일본 대형 편의점 로손은 식사 배달에서 간병 상담까지 해주는 ‘스마트 키친’ 정기 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시니어 고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의 시니어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즈호은행은 올해 일본의 65세 이상 시니어 시장 규모가 101조3000억엔(약 963조원)으로 2007년 대비 16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별로 보면 생활산업이 약 51조엔으로 의료·의약산업(35조엔), 요양산업(15조엔)보다 규모가 크다. 닛세이기초연구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이 일본의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35.1%에서 올해 44.9%로 올라간다. 65세 이상 가구의 금융자산(2019년 기준)은 1915만엔(약 1억7453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보다 636만엔 많다.
도쿄=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