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한발 더 도약하기 위해선 엔진과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을 국산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핵심 기술을 빌려 쓰는 경우 해당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수출 자체가 취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17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 규모는 2조2430억달러(약 3252조원)로 1년 전(2조1130억달러)보다 6.2%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 7대 방산 기업의 합산 매출이 19조680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 목표대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이 되기 위해선 핵심 기술 국산화란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베스트셀러’인 K-9 자주포가 대표적이다. K-9 자주포는 글로벌 자주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독일산 엔진을 ‘심장’으로 쓰다 보니 수출 계약을 할 때마다 독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실제 중동 등지에 수출할 때 독일 정부가 ‘불가’ 판정을 내려 포기하기도 했다. 절치부심 끝에 한화는 K-9 자주포 엔진을 지난해 말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독일의 승인에서 해방됐다.
이지스급 구축함에 들어가는 전투 체계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무기와 선박 등을 모두 만들고 있지만 이들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미국 제품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정조대왕함은 국내 기술로 건조했다. 그러나 여기에 장착된 탄도미사일 요격용 ‘SM-6 함대공 유도탄’은 미국 레이시온 제품이다. 탄도 미사일을 탐색, 분석해 이에 대응하는 체계는 록히드마틴 기술이다. 핵심 소스는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만 알고 있고, 수리도 이들이 직접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종대왕함은 소프트웨어 비용이 전체 건조 비용의 40%에 달한다”며 “이를 국산화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에 국산 전투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선진국 시장을 뚫는 것도 과제다.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는 것이 제품 ‘품질보증 수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판매로 이어진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준비 중이고, LIG넥스원도 유도 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을 준비 중이다. 한국은 아직 미국 시장에 제대로 된 방산 제품을 수출한 적이 없다.
높은 핵심 소재 수입 의존도도 숙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국방 핵심 소재 10종의 총조달금액 8473억원 중 약 78.9%(6684억원)가 수입에 쓰였다. 금속 소재(8종) 중 내열합금, 마그네슘합금 수입 비중은 100%에 달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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