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 외교장관이 15일(현지시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을 재확인하고 대북 제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임기 중에도 한·미·일 3국은 대북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존 대북 원칙의 큰 틀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3국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은 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각국 본토에 대한 어떤 도발이나 위협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는 불법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압박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도 회의를 열고 “모든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북한에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한·미·일 및 G7 외교장관 회의에서 강경한 대북 메시지가 잇따라 나온 것은 트럼프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초기의 입장으로 확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북 대화가 열려 있지만 대화 자체를 위해 북한에 미리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북 대화가 조기에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한·미·일 공동성명에는 각종 경제 협력 방안도 포함됐다. 3국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활용 등 호혜적 협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첨단 소형모듈원자로 및 여타 선진 원자로 기술 발전·도입을 위한 공동 노력은 물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 과학·기술, 사이버안보 등에 관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이들 3국 외교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대중국 억지력 강화를 위한 협력도 강조했다. 한·미·일은 미국의 핵무기를 통한 확장억제 우산 아래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통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정책을 관철하기로 했다. 한·미·일은 성명에서 “힘 또는 강압에 의한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하고 국제법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어 3국 외교장관은 “대만이 적절한 국제기구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3국 외무장관이 이처럼 한층 선명해진 대중 메시지를 담은 성명을 내놓은 것은 대중 강경책을 펼치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 방향에 발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성명에는 한국 요청으로 ‘적절한’이 일종의 조건처럼 추가됐다. 모든 국제기구가 아니라 세계보건총회(WHA) 옵서버 가입 같은 사례로 한정해 대중 관계를 관리할 공간을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다른 국가가 대만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에 민감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대중 관계 관리라는 숙제를 여전히 떠안게 된 셈이다.
한편 미 국무부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대만 독립 반대’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