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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인이 탈중앙화 거래소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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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인이 탈중앙화 거래소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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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자산 따라잡기]




    지난 1월 18일 오전 11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오피셜 트럼프(Official Trump·$TRUMP)’라는 밈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에 등장했다. 밈코인은 누구나 쉽게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해당 코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실제 관련이 있는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Truth)를 통해 공식 밈코인 출시를 발표한 것이 확인되면서, 트럼프 코인의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코인은 솔라나 네트워크 기반의 탈중앙화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DEX)인 메테오라와 레이디움에서 처음으로 0.18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불과 12시간 만에 가격은 25달러까지 폭등했으며, 시가총액도 250억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도 이에 발맞춰 상장에 나섰지만, 업계 최대 중앙화 거래소(Centralized exchange·CEX)인 바이낸스조차 1월 19일 오후가 돼서야 트럼프 코인을 상장할 수 있었다. 당시 이미 가격은 30달러를 넘긴 상태였지만, 바이낸스 상장 이후 불과 4시간 만에 77달러까지 더욱 치솟으며 시총 770억 달러를 기록했다.

    DEX 이용자가 트럼프 코인 수혜

    이번 사례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투자자는 바이낸스 같은 CEX 이용자가 아닌 트럼프 코인을 낮은 가격에 빠르게 매수할 수 있었던 DEX 이용자였다. 이는 트럼프 코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밈코인을 포함한 DEX 상장 코인의 사례에서 반복되는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거래소, 특히 바이낸스와 같이 글로벌 주요 CEX는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기관이다. 제아무리 좋은 가상자산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가격이 상승 탄력을 받기가 어렵다. 반대로 많은 이용자와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거래소에 상장될 경우 해당 가상자산이 가진 가치 이상의 가격 상승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가상자산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대단지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 거래에서도 유사한 가격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유동성 프리미엄으로 불리며, 자산이 더 높은 유동성을 확보할수록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경향을 의미한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대형 거래소가 제공하는 유동성이 이러한 유동성 프리미엄을 형성하며, 이는 곧 해당 거래소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의 원천이 된다.


    거래소 따라 가격 좌우…"본말전도" 비판

    문제는 특정 거래소에 상장되는지가 해당 가상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며,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백서라는 청사진을 내세운 채, 최소한의 서비스 제품만을 보유한 상태에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기술 혁신의 본질적 가치보다 해당 가상자산이 어느 거래소에 상장되는지가 스타트업 평가의 핵심 기준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의 바이낸스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코인베이스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국내 거래소 그룹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낸스 못지않게 중요한 승부처로 꼽힌다.



    흥미로운 점은 거래소 상장이 지나치게 강력한 권력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거래소 자체가 각국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강한 견제와 규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규제를 넘어 거래소 운영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감시와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거래소가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규제와 감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 다만 거래소들이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시장 투자자들의 요구에 제때 부응하지 못하게 됐다. 그 틈을 비집고 대안으로서 부상한 것이 바로 탈중앙화 거래소, 즉 DEX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업계에서는 주요 CEX 거래소에서 더 이상 살 코인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DEX를 빼놓고는 가상자산 트렌드를 논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코인은 기존 CEX 거래소 영향력 약화와 DEX의 역할 부각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운영 주체 없어, 금융 실험 가능

    기존 거래소 시스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DEX, 그중에서도 AMM DEX(Automated Market Maker Decentralized Exchange)는 기존 CEX의 한계를 극복하며 새로운 유동성 공급 모델을 제시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AMM DEX는 자동화된 시장 조성자 모델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DEX다. 이는 기존 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 주문을 매칭하는 오더북 방식이 아닌,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자동으로 거래를 체결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AMM 기반 DEX로는 유니스왑 등이 있다.


    AMM DEX는 중앙 운영 주체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자동 실행되므로, 특정 기관의 개입 없이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어떤 코인이든 상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CEX와 달리 자동 유동성 공급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별도의 심사 과정 및 거래소 또는 제3자의 지원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프로젝트나 밈코인들이 빠르게 시장에 등장할 수 있었으며, 혁신적인 금융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


    최근 DEX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추세다. 기존 CEX 대비 10% 수준에 머물던 DEX 거래량이 20%를 넘어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DEX가 가상자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적지 않다. 특히 AMM DEX는 혁신적인 유동성 공급 모델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비영구적 손실 및 MEV 문제,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 문제 등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감독 기구가 없는 완전 자율적 운영이라는 DEX의 가장 큰 특징은 동시에 투자자 보호 장치 부재 등 보편적인 금융 수단으로 성장하기 위한 주요 법적 안전 장치들이 미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법적 관할권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 불법적인 금융 서비스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 보호 문제 해결해야

    DEX의 이러한 무정부주의적 속성은 각종 투자자 보호 및 자금세탁 방지 목적을 위시한 규제당국에 반항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저항 대상이 기존 전통 시스템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 내부에서 형성된 소수의 거래소 및 벤처캐피털 카르텔에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DEX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규제와 통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웹3.0 기반의 DEX는 본질적으로 규제 저항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DEX 자체를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DEX 이용자를 위한 투자 교육 확대, 해킹 방지 및 보안 가이드라인 마련 등 투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DEX의 부상은 단순한 금융 기술적인 혁신이 아니라, 그 중심에는 거래소 상장 권력의 탈중앙화가 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어느 거래소에서 상장되는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직접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투자하는 능력(Do Your Own Research·DYOR)을 키워야 할 때다.

    박태우 스페이스바 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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