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상장폐지 기업 속출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장법인은 총 87곳이다. 관리종목은 상장폐지 심사 직전에 놓인 종목이다. 매년 20여 개 상장법인(이전·스팩·흡수합병·편입 상장사 제외)이 시장에서 퇴출되는데, 대다수는 3월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시장에서 퇴출되는 종목을 살펴보면 최대주주를 자주 변경한 이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사업에 필요하다며 외부 자금을 수차례 조달하는 특징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대주주 변경은 사업 확대 등을 기대하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란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했다.
지난 1년간 최대주주가 두 차례 이상 변경된 종목은 15개다. 이 중 8개가 관리종목이나 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2015년 설립 이후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한 제주맥주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사유가 발생한 태영건설이 대표적이다.
임직원의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해도 거래정지 사유가 될 수 있다. 2022년 12건에 불과하던 상장사의 횡령·배임 공시는 2023년 42건으로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작년엔 51건으로 더 늘었다. 임원의 횡령·배임액이 자기자본의 3% 또는 10억원 이상이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퇴출 수순을 밟는다. 횡령·배임 전력은 거래소의 기업공시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행하는 테마를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전환사채(CB) 등의 발행을 일삼는 종목도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거래가 정지된 퀀텀온은 초전도체와 양자배터리 개발, 자원 개발, 건강기능식품 판매, 연예기획, 부동산 컨설팅 등 총 201개 사업 목적을 공시했다. 신규 사업을 명목으로 180억원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기도 했다. 공시 번복이 잦은 편이었다.
◇“2회 감사의견 미달이면 퇴출”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한계기업 퇴출 속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유가증권시장은 매출 50억원, 시가총액 50억원인 상장 유지 조건을 2029년까지 각각 300억원과 500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코스닥시장은 매출 100억원, 시총 300억원이 돼야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199개 상장법인이 상장 유지 조건에 미달한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때 부여되는 개선 기간은 대폭 줄어든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개선 기간은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3심제에서 2심제로, 개선 기간은 최장 2년에서 1년6개월로 축소된다. 올 하반기부터는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이면 즉시 시장에서 퇴출된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매년 3월은 퇴출 종목이 몰리는 시기인 만큼 거래정지 등 한계기업 징후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