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세대 첫 번째 재즈 스타, 21세기 엘라 피츠제럴드와 세라 본…. 1999년생 미국 재즈 가수 사마라 조이(26)를 향한 수식어다. 그는 지난 3일 그래미어워즈 재즈 분야에서 두 개 부문을 수상했다. 2023년부터 매년 그래미상을 거머쥔 그는 이제 5관왕. 사마라 조이는 올해 시상식에서 자신의 음악 여정에 함께한 모든 이에게 감사를 전했다. “곧 만나요(I will see you soon)”라며 인사말을 끝맺은 것처럼 오는 1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열고 한국 팬을 만난다. 공연을 준비 중인 그를 서면과 화상으로 만났다.

사마라 조이는 가스펠 창법을 기반으로 재즈의 기본을 소화해 왔다. 파워풀한 성량과 나이에 비해 원숙한 스윙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21세기 엘라 피츠제럴드라는 별명을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전설적인 재즈 싱어와 함께 언급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거장의 음악에서 많은 걸 배웠고, 목소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았거든요.”
그는 ‘재즈 신데렐라’로만 남으려 하지 않는다. 데뷔 때부터 쏟아진 관심과 주목을 자양분 삼아 더 크게 성장하고 있다. “데뷔 앨범을 만들 때는 아이디어를 표현하거나 제가 무엇을 듣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 자신감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어요. 최신 앨범인 ‘포트레이트(Portrait)’를 작업할 때는 밴드 편곡에 관한 역량, 나만의 방식으로 노래하겠다는 의지를 믿었죠. 저는 늘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있고 싶고, 이 앨범이 꼭 그랬어요.”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포트레이트 수록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포트레이트라는 앨범명은 오랜 고민 끝에 붙인 이름이다. 뉴욕 타운홀에서 열릴 콘서트를 준비하던 사마라 조이는 이 공연장을 거쳐간 재즈 아티스트의 음반을 들었다. 그중 찰스 밍거스의 ‘포트레이트’를 접한 뒤 ‘이거다’라고 생각했다고.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드리고, 제 새로운 모습과 이것을 공유할 수 있는 상징적인 단어였죠. 재즈 스탠더드라고 느낄 수 있는 수록곡들에 세밀한 변화를 주면서 듣는 분들이 ‘이것이 사마라 조이의 큰 그림이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았어요.”

음반 제작만큼이나 라이브 공연 욕심도 크다. “때로는 실수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무대 위에서 집중할 단 한 가지는 ‘관객과 연결되는 것’이죠. 관객을 우리가 하는 음악으로 데려오는 일에 최선을 다해요. 종종 ‘오늘은 조금 쉬어가며 편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절대 적당히 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100% 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음악 앞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음악을 존중하는 일이란 걸 사마라 조이는 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재즈 뮤지션이 궁금했다. 사마라 조이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며 “이 답변은 매일같이 달라진다”고 했다. “질문을 받고 곧바로 떠올린 보컬리스트는 카먼 맥레이, 베티 카터, 세라 본이에요. 범위를 넓혀 재즈 연주자로 본다면 빌리 스트레이혼, 버드(찰리 파커), 듀크 엘링턴 등이 떠올라요. 한 명만 고른다면 오늘은 베티 카터예요.”
재즈 음악은 그에게 어떤 의미냐고 묻자 “그 질문을 할 줄 알았다”며 웃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배리 해리스를 예로 들고 싶어요. 그는 아흔이 넘어서도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80년이 넘도록 피아노를 쳤지만 꾸준히 새로운 걸 탐구하고 발견하며 배우는 자세로 살았죠. 저도 그런 재즈 뮤지션으로 살고 싶어요. 재즈가 제게 주는 의미는 바로 이런 거예요.” 재즈는 사마라 조이에게 평생의 과업이자 의미 그 자체였다.
서른이 되기 전까지 사마라 조이는 다양한 예술 분야 종사자와 협업하며 커뮤니티를 꾸리는 게 꿈이다. “최근 앨빈 에일리 무용단 공연을 보며 무용수와 협업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무용을 위해 제 밴드가 오리지널 작품을 작곡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는 이어 “작가, 시인, 시각예술가 등 여러 분야 예술가와 새로운 걸 탐구하고 싶다”며 “예술가로서 진정성(integrity)을 보여줄 기회가 생기면 계속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열흘이 채 남지 않은 내한 공연. 한국 팬에게 그는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을까. “한국인은 무척 음악적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어요. 한국 팬들이 오랜 기간 저를 지지해줬다는 사실도요. 드디어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어서 흥분돼요. 곧 만나요(See you soon)!”
이해원 기자·사진/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