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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노 전민철 "아빠는 내가 행복한 건 안 보여?" 한국의 빌리 엘리어트, 세계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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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노 전민철 "아빠는 내가 행복한 건 안 보여?" 한국의 빌리 엘리어트, 세계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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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아이돌’로 불리며 대한민국 발레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전민철(21·사진). 그는 세계적 명성의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오는 6월 입단한다. 군무 단계도 아닌, 주역을 맡을 수 있는 솔리스트 등급으로. 세계 무대에서 막 피어나기 직전인 그를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연습실에서 만났다.

    “저는 일상에선 무척 이성적인 성격이에요. 예술을 대할 때만 제 감수성이 터져 나와요. 그런 모습이 좋아서 발레를 놓을 수가 없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그는 풀업으로 상체를 유지하고 있었고, 발등의 꼿꼿한 힘을 기르기 위해 발가락을 안쪽으로 말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1일 서울 아차산 정상에서 새해 일출을 봤다고 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스스로를 더 잘 알아가는 해가 되길 바랐어요. 스스로를 잘 알아간다는 건 나만의 춤을 출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무대는 자신만의 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스승이다. “지난해 3막의 대작 ‘라 바야데르’에서 주역인 솔로르로 데뷔했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제가 아닌 모습으로) 무리해서 춤추던 몇 장면이 있었는데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게 계속 생각났어요.” 그럼에도 ‘라 바야데르’는 지금까지 그가 공연한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고, 희열이 큰 무대였다. 공연이 끝난 뒤 2주일이 지나도록 솔로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전민철은 지난해 5월 대한민국 발레축제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모리스 베자르 원작에 김용걸이 재안무한 ‘볼레로’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 검정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상의를 탈의한 채 모리스 라벨의 춤곡에 맞춰 춤사위를 보여준 그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이 가시화한 것도 이즈음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에서는 한국인 발레리노 김기민이 수석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기민의 입단(2011년) 이후로는 발레리노 가운데 동양인이 선발된 적이 없었다. 입단이 결정되던 때마침, 전민철이 어린 시절 ‘영재발굴단’이란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을 지망하는 후보생 가운데 그가 있었다. “남자가 무슨 발레냐”라는 아버지의 질책에 “아빠는 내가 행복한 건 안 보여?”라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


    ‘빌리 엘리어트’ 서사가 추가되면서 전민철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5000명에서 3만6000명으로 늘었다. “저는 플리에(발레의 기본 동작)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어머니,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어요. 부모님은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예술과는 접점이 없는 삶을 살아오셨죠. 제가 발레를 하기 전까지 발레 공연을 보신 적도 없대요. 클래식 음악도 잘 모르셨고요. 하지만 이제는 부모님이 누구보다 든든한 제 지원군이 되셨어요.”


    전민철에겐 100% 만족하는 무대란 없다. “완벽이라는 건 있을 수 없어요. 프로라면 실수해도 남은 공연에 끝까지 집중하면서 나아갑니다. 저는 무대에서 매번 그걸 경험해요.” 필패할 수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 무대란 후회의 여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아가는 게 예술가의 일생임을 전민철은 이미 깨닫고 있었다. 발레가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갑자기 기다란 손가락을 접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제가 발레를 한 지 9년 정도밖에 안 돼서 슬럼프나 부상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별로 없어요. 물론 반복적인 연습으로 생활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감정에 깊이 빠진 적은 없어요. 그런 식으로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성장해 있더라고요. 힘든 시간을 묵묵히 버텨야 성공할 수 있단 걸 깨달았어요.”

    철학적이고 깊은 답변이 이어진 인터뷰 때문일까. 스무 살을 갓 지난 시점에 커리어와 테크닉을 거의 완성한 그의 저력이 믿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그가 활약할 미래는 더 대단할 것임을 직감하는 동시에. 서른 살이 된 미래의 전민철에게 그는 무엇을 당부하고 싶을까. “그 나이에 소홀해진 부분이 분명히 있겠죠? 초심이라든가, 인간관계라든가. 그런 부분에 미리 정신 차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글=이해원 기자/사진=김용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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