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5일 11: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약 1조 원 규모의 미정산 사태가 벌어졌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온라인 쇼핑몰) 업체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가 지난해 7월 말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이후 현재 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인터파크커머스, 해피머니 등 관련 업체도 회생절차를 밟고 있으며, 미정산 받은 상당수 상거래 업체도 회생 신청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유동성 위기가 오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자본 잠식 상태가 된 기업은 회생절차를 신청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최근 중견 건설사 신동아건설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도 어려워진 건설업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올해 초에는 금융회사 최초로 CNH캐피탈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해 천 건…최근 급격히 늘어난 회생 신청
지난해 1000건 이상의 회생 신청이 예상될 정도로 최근 회생 신청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이는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국내 정치의 불안, 어려운 경제 전망, 글로벌 불확실성 등을 고려했을 때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기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산3법이 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이하 회생법)으로 통합된 2006년 이후,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가 도입되고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불황이 이어지면서 법인 회생신청은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경제가 호전되지 않으면서 법인 회생신청은 점진적으로 늘어나며 2019년에는 10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팬데믹과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 고금리 등으로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급증하면서 법인 회생신청 건수는 급격히 줄었다. 이후 팬데믹으로 회생 신청을 유보했던 기업이 회생에 나서며 지난해 회생 신청 건수는 다시 10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회생절차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생법원의 비중이 커지면서 향후 대구, 광주, 대전 등에도 전문 회생법원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회생절차, 워크아웃보다 기업에 유리
위기에 처한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력 조정이나 자산 매각 등을 시행하는 과정을 '구조조정'이라 한다. 국내 구조조정 절차는 사회적 합의나 법률에 근거해 △채권단 자율 협약 △워크아웃 △회생절차 △파산절차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 채권단 자율 협약은 법적 근거가 없는 금융기관과의 합의로 진행돼 강제성 없는 사적 구조조정인 반면, 나머지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 및 회생법이라는 법적 근거로 진행돼 강제성 있는 공적 구조조정으로 분류된다.
회생 절차는 워크아웃보다 채무조정 범위가 더 넓고, 가결 의결권 요건도 더 적기 때문에 어려운 기업에는 워크아웃보다 회생절차가 더 유리하다. 이에 따라 중소 및 중견기업 대부분은 워크아웃을 고려하기보다 회생절차를 신청한다. 그 결과 워크아웃 신청 건수는 급감한 반면, 회생절차 신청 건수는 2006년 이후 급격히 늘어 2023~2024년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생 관련 전문 회계사, 변호사, 컨설턴트 등도 회생절차의 유리한 점을 잘 설명하며 회생절차로 유도하고 있다.

회생회사 M&A 현황
회생절차는 △개시 신청 △개시 결정 △인가 결정 △종결 결정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실질적으로는 개시 결정 이후 인가 결정까지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개시 결정 이후 조사위원이 계속기업가치 및 청산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회생회사는 자력형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인가 결정을 도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청산 가치가 높아 자력형 회생 계획안을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조기 채권 변제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싶다면 회생회사 M&A가 상당히 많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쌍용자동차 M&A다. 2021년 쌍용자동차는 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조사위원의 조사결과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상회해 바로 인가 전 M&A를 추진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2022년 KG그룹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이후 KG그룹의 정상화 노력에 의해 회사는 코스피 시장에서 상장이 재개됐고, 신차를 발표하는 등 완전히 정상회사로 회복됐다. 이스타항공도 2021년 회생절차 신청 이후 성정에 매각됐고, 2022년 종결 절차를 통해 정상화됐다. 다만 항공운항증명(AOC) 발급 문제로 성정이 다시 VIG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현재 정상적으로 운항 중이다.
최근에는 회생절차를 시작하자마자 회생회사 M&A를 진행하는 것이 대세가 되면서, 여러 회사들이 회생회사 M&A를 진행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를 초래한 티몬 및 위메프도 바로 M&A를 진행 중이며, 거래 정지된 상장사인 EDGC, 디에이테크놀러지, 시스웍, 엔케이맥스 등도 거래 재개를 위해 회생신청 직후 M&A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24년 12월 금융회사 최초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CNH캐피탈의 경우 회생신청 전부터 M&A를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할 정도로 회생회사 M&A에 적극적이다. 이외 다양한 산업 기반의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신속하게 회생회사 M&A를 진행하는 것이 최근 추세다.
회생회사 M&A는 시기별로 인가 전 M&A, 인가 후 M&A로 나뉘는데, 최근 조기 정상화를 원하는 회생회사가 증가하면서 인가 전 M&A로 많이 진행된다. 매각 방식은 회생회사의 대부분이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기 때문에 지분양수도 방식은 이뤄지지 않고 주로 3자 유상증자로 이뤄진다. 유상증자된 금액으로 부채를 상환하고 나머지 금액은 권리 조정(면제, 출자전환 등)을 통해 회생회사를 정상적인 회사로 변경시키는 방식이다. 또한 회생회사 M&A는 법원이라는 공적 기관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하기보다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우선매수권을 조건으로 하는 스토킹호스 계약 방식(조건부 경쟁 입찰 방식)으로도 많이 진행된다.
회생회사 M&A의 주요 절차 및 유의점
회생회사 M&A는 주로 6단계로 진행되고 빠르면 4개월, 늦으면 6개월 정도 소요된다. 회생회사가 법원에 M&A 허가 신청을 얻은 후,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는 것으로 M&A를 시작하고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때 마무리된다. 
정상 회사의 M&A는 △전략수립 △마케팅 △예비실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MOU 체결 △정밀실사 및 계약 체결 등 5단계로 진행되고 최종 마무리된다. 회생회사 M&A는 여기에 회생계획안 인가 단계가 추가된다. 회생회사의 경우 대부분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기 때문에 과도한 부채에 대한 권리조정(면제, 출자전환 등)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채권자의 동의 절차(회생담보권자 3/4, 회생채권자 2/3 동의)가 선행된다. 이는 회생계획안 인가 단계로 회생회사의 M&A에만 존재하는 절차다.
저가 인수, 우발부채 제거, 결손금 활용 등을 이유로 회생회사 인수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는 다음 사항에 주의해야 한다.
첫째, 인수 금액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회생회사 M&A 인수금액은 주로 ‘청산가치?공익채권’이 최소 금액으로 산정된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을 통해 인수실사 및 법률실사를 하고, 정확한 청산가치 산정과 공익채권 이해를 선행해야 한다.
둘째, 인수 시 세무상 장단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회생회사 M&A시 세무적으로 이월결손금 활용,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면제, 감자차익 활용 통한 법인세 효과 제거 등의 주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상거래채권자의 대손세액공제로 인한 부가세 추가 납부, 인정상여 관련 원천징수 의무 부담 등의 단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단점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셋째, 인수 이후 영업 및 구매 리스크 극복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회생회사 M&A의 가장 큰 장점은 청산가치 기준의 낮은 가격으로 회생회사를 인수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회생회사는 영업부진 또는 원가 증대 등 영업 및 구매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이에 인수 이후 인수회사의 시너지 방안 준비, 회생회사의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 고려, 결손금 활용 등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넷째, 회생회사 M&A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회생회사 M&A는 법원의 엄격한 관리 하에서 규정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주로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고 기한 준수가 엄격하며 여러 규칙이 존재한다. 관심 있는 투자자는 법원에서 규정한 절차를 적절히 숙지하고 준수해야 한다.
회생절차와 회생 M&A는 법적 절차뿐만 아니라 재무, 세무, 회계, 노무 등 모든 방면에서 복잡성이 높고 다양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전문 자문사와 협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