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야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주 초 머리를 맞댄다. 지난해 12월 출범 이후 ‘개점휴업’ 상태였던 여야정협의체가 재가동됨에 따라 민생 정책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특별법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고학력 근로자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 도입 등을 놓고 전향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여야정협의체 다음주 개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4일 국회에서 국정협의회 실무협의를 열고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오는 10~11일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담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표가 참여할 예정이다. 김 정책위 의장은 회의 직후 “오늘(4일) 논의한 의제에 대해 다음주 국정협의회에서 결론을 도출하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당장 2월 임시국회에 오르는 민생 법안 통과가 주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이날 실무 협의에서 ‘미래 먹거리 4법’(반도체특별법·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제안했다. 이 대표가 전날 반도체업계의 주 52시간제 예외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 이달 통과에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절충안을 마련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나머지 3개 에너지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크게 이견이 없는 만큼 이달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벚꽃 추경 논의도 공식화
추경 논의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실무 회의에서 인공지능(AI)·연구개발(R&D) 추경 편성을 제시했다. 같은 날 최 권한대행 역시 정치권에 신속한 추경 논의를 촉구한 만큼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그는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비자발적 퇴직자 수도 4년 만에 증가했다”며 “(추경 편성이)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지금 곧바로 시작해도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여당은 공식적으로는 ‘예산 조기 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도 추경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4자 회담에서 시기와 대상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와 관련한 협의체 구성 방식과 모수·구조개혁 우선순위, 국회 개헌 특별위원회 구성 등도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를 전망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공백이 길어진 가운데 여야정이 협치의 첫발을 뗀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전쟁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정쟁만 일삼아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이 대표가 최근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면서 접점이 마련된 것 같다”며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해 양당 모두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만남의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정상원 기자 ra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