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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퇴근 전까지…학교서 뮤지컬·골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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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퇴근 전까지…학교서 뮤지컬·골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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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 홀인원한 적 있지? 이번에도 침착하게 스윙해볼까?”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오리초등학교 5층 골프실.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들이 레슨 프로의 지시를 따라 고사리손으로 스윙과 퍼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건너편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반주 소리에 맞춰 음계를 따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본격적인 뮤지컬 수업에 앞서 목을 푸는 소리였다. 이 수업에 참여한 불정초등학교 4학년 김서은 양은 “엄마 아빠 모두 일해서 저녁 5시 반까지 집에 혼자 있어야 했는데, 이제 그 시간을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돌봄 공백’ 해소하는 공교육
    지역 교육 플랫폼 ‘경기공유학교’가 돌봄 공백을 메우고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년부터 경기교육청이 운영하는 경기공유학교는 지역사회의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기도 각지 171개 거점에서 총 3241개의 수업이 진행되고, 참여 학생은 6만778명에 이른다.


    오리초등학교는 학령인구 감소로 늘어난 빈 교실을 주변 학생들에게 개방해 지역 거점형 늘봄학교가 된 사례다. 주변 26개교, 259명의 학생이 10개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골프, 뮤지컬 수업뿐만 아니라 마술, 웹툰, 리듬체조 수업도 인기다. 김기범 오리초 교장은 “학생 수가 급감하며 골프 연습장까지 만들었다가 수업을 폐강했는데, 거점형 늘봄학교가 돼 다른 학교 학생들도 수업을 들으러 오면서 최고 인기 강좌가 됐다”고 말했다.

    주변 26개 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만큼 셔틀버스도 지원한다.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오후 7시30분까지 ‘틈새돌봄’도 가능하다. 김인숙 경기교육청 지역교육담당관은 “초등학생들이 ‘학원 뺑뺑이’를 도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를 돌봐줄 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학생들에겐 국·영·수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수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되면서 수요가 있는 수업을 적극 발굴한다. 사교육의 대체재가 되기보다 공교육의 보완재를 만들기 위해서다. 방송국 PD가 꿈인 불정초 6학년 정여령 양은 이번 겨울 방학에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에서 ‘무대 제작 진로체험 교육’ 수업을 듣고 있다. 정양은 “조명이나 음향기기를 직접 조작해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라며 “방송국 PD가 되기 위해 중학교에 가면 방송반에 들어가고 싶은데, 이 경험이 나만의 무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고교학점제 학점 인정까지
    이 같은 진로 탐색 과정은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 성남교육지원청과 성남문화재단은 지난해 창작뮤지컬 ‘허들링’을 무대에 올렸다. 성남 청소년 뮤지컬 공유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이다. 수강 신청을 한다고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지원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 기업 및 대학과 연계한 수업도 인기다.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이천 반도체 공유학교, 삼성전자와 연계한 용인 미르아이 반도체 공유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학교에서 들을 수 없는 수업을 개설해 학점을 인정해 주는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한국폴리텍대 ‘반도체 제조’, 한국항공대 ‘항공기일반’, 한양대 ‘인공지능 기반 생물정보학’ 등의 수업은 고등학교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경기공유학교는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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