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피해를 남길 것으로 전망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원인이 노후한 전력 설비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캘리포니아주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매달리다가 전력 인프라 개선에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역의 부실한 치수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전력망에서 시작된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기존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하면서 지역 간 전력을 전달하는 고압 송전선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이를 충족할 만한 전력망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노후한 전력선이 제대로 보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상기후와 전기차 확대 정책으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자력발전, 화력발전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일정하게 전력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망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보수 작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노후 장비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2021년 캘리포니아 북부 뷰트카운티에서 일어난 딕시 화재가 이 같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 업체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의 노후 전력선에서 시작된 이 화재는 서울 면적 대비 7배에 달하는 4040㎢를 태우며 캘리포니아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산불로 기록됐다.
2010년 캘리포니아 전체 전력 공급에서 60%를 차지한 화력발전은 2023년 39%로 감소했고, 원자력발전은 같은 기간 18%에서 7%로 줄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는 각각 한 곳만 가동 중이다. 반면 수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6%에서 54%로 크게 높아졌다.
주정부의 대응 태세에 대한 비판이 커지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책임론도 부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LA 산불과 관련해 뉴섬 주지사의 잘못된 치수 정책이 재앙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일 SNS에 “모든 것이 그(뉴섬 주지사)의 책임”이라며 “소화전과 소방용 비행기에 공급할 물이 부족한 것은 진정한 재앙”이라고 밝혔다. 멸종 위기종인 물고기 ‘스멜트’를 보호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북부 새크라멘토-샌 호아킨 삼각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물 공급을 제한한 정책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은 “쓸모없는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물 공급을 줄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로 25명이 사망하고 건물 1만 채 이상이 파괴된 가운데 LA 주민은 강풍으로 인한 추가 산불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허스트 산불은 97% 진압됐지만 팰리세이즈와 이튼 산불 진압률은 각각 17%, 35%에 불과하다. 건조한 강풍은 1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주 후반부터 습도가 높아지며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는 이번 산불에 따른 보험 손실액을 300억달러(약 44조원)로 추정한다. 전체 피해액은 1000억달러(약 146조원)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