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의 중요성을 깨달은 조 과장은 이듬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했다. 지금까지 미국 증시와 채권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률은 60%가량, 평가차익은 3000만원을 넘어섰다. 조 과장은 비과세 한도인 200만원을 제한 나머지 2800만원에 대해 9.9%의 세율을 적용해 277만2000원을 낼 예정이다. 만약 일반 주식 계좌에서 투자했다면 539만원에 금융소득종합세까지 내야 했다. ISA를 통해 최소 261만8000원을 아낀 것이다.
○국민 재테크 된 ISA
해외 투자에 관심이 높은 2030세대가 ‘절세’에 빠졌다.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다. 매매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국내 주식과 달리 국내에서 거래되는 해외주식형 상품은 배당소득세를 내기 때문에 세금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자가 상품을 골라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중개형 ISA의 경우 20~30대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211만9650명에 달한다. 전체 중개형 ISA 가입자의 43%를 차지했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30대 가입자 수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중개형 ISA에 가입한 사람 2명 중 1명은 2030세대였다.
ISA는 최소 3년간 유지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대표적인 절세계좌다. 국내 주식, 채권, 펀드, 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만능 통장’이라고도 불린다. 2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9.9%의 세율을 적용해 배당소득세(15.4%)보다 세율이 낮은 데다 각 상품에서 얻은 손해와 이익을 합쳐서 계산하기 때문에 과세 대상 금액도 낮아진다. 연간 급여가 5000만원 이하라면 서민형에 가입할 수 있어 절세 효과가 더 크다.
IS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30 개인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ISA 풍차돌리기’ 등 투자노하우를 전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요즘 투자에 관심이 많은 2030의 절세 상품 투자 노하우는 웬만한 금융 전문가 뺨치는 수준”이라며 “이를테면 200만원의 비과세 혜택은 계좌를 해지하는 시점에 적용되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최대로 누리려고 계좌를 해지했다가 재가입하는 청년이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 ETF 투자 쏠림 우려도
ISA에 가입한 투자자는 주로 국내 주식과 해외투자 ETF를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개형 ISA에서 국내 주식에 투자한 비중은 35.6%, 해외투자 ETF 비중은 29.4%로 집계됐다. 해외투자 ETF 비중은 2023년 11월 말 기준 4.1%에 불과했지만 1년 새 8배 가까이 급상승했다.미래에셋증권에 개설된 ISA 계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 가운데선 배당주가 투자금액 상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를 제외하면 투자금액 상위 5위 안에 3개가 고배당주였다. ISA 내 해외투자 쏠림이 강해지면서 국내 증시로 자금을 흘러들게 할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개형 ISA에서 국내 주식에 투자한 비중이 2년 전만 해도 절반이 넘었지만 이제는 30%대 중반 수준”이라며 “절세 계좌에 유입된 개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