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9일 15: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화장품 '리들샷'으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 브이티와 (여자)아이들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실소유주인 강승곤 브이티 공동대표 겸 큐브엔터 공동대표가 '스캠 코인(사기 암호화폐)' 의혹에 휩싸였다. 큐브엔터를 활용해 실체가 불분명한 암호화폐의 가치를 부풀리고, 주변인들에게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매수를 권유했다는 의혹이다. 강 대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피해자들은 강 대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강 대표가 최대주주인 큐브엔터는 2022년 3월 네스트리미디어그룹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억원을 투입해 이 회사 지분 40%를 확보했다. 네스트리미디어그룹은 정보기술(IT) 기반 블록체인기술 전문기업이다. 암호화폐 네스트리를 활용한 e커머스 '네스트리몰'을 운영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 네스트리는 네스트리미디어그룹의 유증에 큐브엔터가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가격이 급등했다. 2022년 2월에만 해도 개당 5원대에서 거래되던 네스트리는 유증 소식이 알려진 뒤 가격이 50원대로 뛰어올랐다. 큐브엔터와의 협업 소식으로 한 달 만에 가격이 10배 이상 뛴 셈이다.
강 대표는 큐브엔터가 네스트리미디어그룹 유증에 참여하는 시점 전후로 주변인들에게 네스트리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스트리에 투자한 A씨는 "강 대표가 2022년 초 '원금을 개런티(보장)해줄테니 믿고 사라'며 투자를 권유했다"며 "강 대표의 말을 믿고 증권가와 큐브엔터 관계자, 사채업자 등이 네스트리에 앞다퉈 투자했다"고 말했다. A씨와 함께 네스트리에 투자한 B씨는 강 대표의 말을 믿고 2022년 3월 네스트리에 약 8000만원을 투자했다가 네스트리 가치가 급락하며 7000만원 넘게 손해를 봤다.
네스트리는 블록체인 기반 커뮤니티에 특화한 메신저 서비스를 내세우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과 빗썸에 각각 2019년 8월, 2020년 4월 상장했다. 하지만 현재 주력 사업인 메신저는 사실상 운영을 중단했다. 네스트리 보유량에 따라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네스트리몰'은 아직 문을 닫진 않았지만 등록 상품이 모두 품절되거나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강 대표의 권유에 넘어가 네스트리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강 대표에게 약속대로 원금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원금 보장을 약속한 적 없다"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강 대표가 국내 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하는 다른 코인 투자 정보를 알려주며 "다른 코인으로 손해를 만회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큐브엔터는 지난해 말 관계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에 해당 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 대표는 '스캠 코인'에 본인과 큐브엔터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강 대표는 "원금 보장을 조건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스트리미디어그룹 유상증자 참여는 큐브엔터의 블록체인 신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진행한 투자이며, 네스트리와의 사업적 협업은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네스트리미디어그룹을 설립하기 전 네스트리 코인에 투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엔 "투자를 한 적은 있지만 고점에 매도해 이득을 본 사실이 없고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답했다.
이성재 네스트리미디어그룹 대표는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못했다. 이 대표는 네스트리의 실질적인 발행인으로 지목된다. 네스트리미디어그룹은 서울 우면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해당 사무실은 사업자 등록을 위해 주소지를 임대하는 일종의 가상사무실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강 대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로엔케이(현 인스코비)의 최대주주이자 대표를 지냈던 인물이다. 그는 로엔케이를 통해 스마트그리드, 수입 중고차 유통,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을 했다. 이후 로엔케이 경영권을 매각한 뒤 2017년 배우자인 조하나 씨 등과 함께 브이티(당시 지엠피) 경영권을 인수했다. 지난해 7월엔 브이티 일감을 받아 성장한 개인회사 이앤씨를 브이티를 매각하고 큐브엔터 지분을 받아, 큐브엔터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